일반적으로 암 진단 후 세포독성 항암제 위주로 항암치료를 시작하지만 경우에 따라 표적항암제 단독으로 치료하거나 두가지를 병용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때 암세포만 많이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을 공격한다고 설명을 한다. 그렇다면 표적항암제는 정말 암세포만 공격하는 것일까.
표적항암제의 목표가 되는 부위를 A라고 하자. 정상적인 세포에도 A라는 부분은 있으며 맡은바 자기 고유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암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A가 너무 많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검사를 통해 A라는 부분이 정상보다 많이 생긴 것이 확인되면 특정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같은 폐암이나 유방암으로 진단돼도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가 구별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던 한 고령의 폐암 환자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6명의 폐암 환자가 같은 병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치료 받는 이가 본인보다 훨씬 수월하게 견뎌내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때 필자는 "이 방에 계신 6명 환자분을 치료하는 약이 전부 다를 수 있는 병이 폐암입니다. 어르신은 검사상 먹는 약과는 잘 안 맞다고 결과가 나왔어요"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비소세포성폐암에서 여러가지 타입에 따른 경구용 표적항암제의 눈부신 발전으로 치료 성적은 날로 향상되고 있지만, 폐암세포에 표적이 될 수 있는 부위가 과(過)발현되어 있지 않다면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주사용 표적항암제 중 어떤 약물은 특별한 검사 없이도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해 1차요법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정상세포에 있던 표적 부위에까지 약물이 작용되면서 다소 부작용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상피세포 성장인자'(EGFR)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의 경우 정상적인 상피세포에도 작용하므로 피부발진이나 구내염이 나타나며, 장의 점막은 또 다른 상피세포이므로 설사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러한 부작용은 나타나는 시기와 순서,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개인차가 심한 편인데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해서 절대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심할 때는 용량을 줄여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 최대한 오랫동안 복용하는 방법이다. 복용 초기 몇 개월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부작용을 다스리며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앞으로 효과는 더 많이, 부작용은 더 적은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암은 알약 몇 개로 치료하는 병'이 되길 기대해본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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