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농부연습]2. 초보 농부들의 텃밭 수업

입력 2020-06-22 11:34:23 수정 2020-06-23 17:09:12

*초보농군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근심하는 농부
근심하는 농부

영천시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초보농부들은 처음 텃밭을 가꾸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고구마를 심고 며칠 뒤 햇볕에 잎이 시들자 말라 죽었다고 생각해 3번이나 캐고 다시 심었나 하면, 밭 한복판에 옥수수를 심어 놓은 대책 없는 초보농부도 있었다. 가지를 고추 심듯 대량으로 심어놓기도 하고, 고추는 꽃이 피면서 열매가 달렸으나 지지대를 언제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몰랐고 수박과 참외 토마토는 곁가지만 왕성하게 뻗어가고 있었다. 초보 농군들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만큼, 농부들의 텃밭은 실패담으로 얼룩졌다.

영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입주민들은 텃밭을 만든 후 의욕은 넘쳤으나, 작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입주농부들이 밭에서 풀을 매고 있다.
영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입주민들은 텃밭을 만든 후 의욕은 넘쳤으나, 작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입주농부들이 밭에서 풀을 매고 있다.

*긴급 처방에 나서다

전문가의 지도
전문가의 지도

계명대학교 리빙랩 프레젝트팀은 급히 영천시 농촌기술센터 귀농귀촌 담당자와 미팅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섰다. 일단 기본적인 강의를 실시한 후 개인 텃밭을 일일이 다니면서 문제점과 고민을 듣고 그 자리에서 답을 주기로 했다. 이왕이면 베스트 텃밭을 뽑아 격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6월 중순, 영천의 오후는 더웠으나 강의실과 텃밭에서 실시된 수업은 입주민들의 관심과 열의로 더욱 뜨거웠다. 이날 강사는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정성민씨가 수고했다. 질문들을 정리했다

Q. 매일 물을 주고 있습니다. 물을 얼마나 자주 주어야합니까?

-처음 심을 때 물을 듬뿍 준 후에는 너무 자주 주지 않고 약간 건조한 상태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면 뿌리 활착에 오히려 방해합니다.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하면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습니다. 토양의 성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꾸준히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고추를 경작할 때 지지대 설치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주의할 점이 있나요?

-고추를 심었다면 지지대 설치는 되도록 빨리 하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고추 심는 날 함께 하도록 권합니다. 그 후 줄을 쳐서 고추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뿌리의 활착이 빨라지고 어린 모종의 몸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Q. 토마토와 가지 고추등 곁가지 제거와 잎 따기를 해야 한다는데..

-고추는 첫 가지가 벌어지는 아래 부분의 잎과 열매는 따야하고, 가지의 경우 손바닥보다 큰 잎은 따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거할 때 상처부위를 통한 병원균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는 맑은 날에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고구마 잎이 말라서 죽은 줄 알고 3번이나 뽑고 새로 심었습니다.

-고구마의 경우 물이 부족하면 잎과 줄기가 정상적인 생육을 하지 못하고 입이 말라버리고 작아지죠. 고구마의 잎이 생기가 없고 시듦 증상을 보일 때는 충분한 물을 공급해 줘야 합니다. 잎이 말랐다고 죽은 건 아닙니다. 고구마는 생육 초기에 왕성하게 잎과 줄기를 생성하여 두둑을 덮을 정도까지 자라야 나중에 생산량도 많아지게 됩니다.

입주민들이 텃밭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텃밭에서 긴급 실전 강의가 이루어졌다.
입주민들이 텃밭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텃밭에서 긴급 실전 강의가 이루어졌다.

Q.작물을 심은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비료는 언제 주고, 어느 정도의 양이 적당한가요?

-인산 비료의 경우 심기 전 토양 속에 전량을 모두 넣어주어야 합니다. 질소칼리 비료는 심기 전에 절반을 넣고 나머지 절반은 전체 생육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3~4차례 나눠 줘야 비료 효과가 좋아집니다. 심고 난후 약 한달 뒤에 비료를 주면 좋습니다. 사용량은 20리터의 물에 비료를 어른 손으로 한줌 반 정도 넣으면 적당합니다.

Q. 지금 작물을 심으도 늦지 않을까요?

-시기적으로 조금 늦기는 하지만 생산량이 약간 줄어들고 수확시기가 늦은 점 외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더위에 약한 상추류와 얼갈이 배추류는 가능한 한 빨리 파종해야 할 것입니다.

Q. 요즘 작물에 노린재(농작물 벌레)가 생겨 걱정입니다. 노린재 퇴치에 좋은 방법 없을까요?

-콩의 경우 노린재 피해가 발생하면 빈 꼬투리가 되므로 등록된 농약을 사용하여 2~3회 방제를 해야 합니다. 농약 외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는 곤충의 페로몬을 이용한 유인제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가보니

기뻐하는 농부들
기뻐하는 농부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곁가지를 제거해주고 비료를 주어서인지 작물들은 싱싱해졌고 키도 부쩍 자라나 있었다. 고추는 지지대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었으며 고구마와 땅콩은 잎 색깔이 짙어졌다. 텃밭을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대견함이 넘쳐났다. 자신감을 얻은 입주민들은 공동으로 콩 밭을 만들겠다며 비닐 덮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리빙랩 프로젝트팀은 텃밭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한 후 텃밭을 분양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담당자에게 보냈다.

김응호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강신일 기자 ksj@maeil.com

계명대 리빙랩 프로젝트팀

김응호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김호일 광고홍보학과 학생

김주연 송청빈 채인영 언론영상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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