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지원 바라며 농산물 수입 증대 요구…파장일 듯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각료와 참모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회고록을 통해 폭로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며 '충성파'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고 조롱했다는 등 메가톤급 위력으로 가득차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일부 내용에 따르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기간에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도중 볼턴 전 보좌관에게 몰래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를 두고 NYT는 스스로를 변함없는 충성파로 자처하는 최고 참모들마저 등 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한 달 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외교 성공확률을 '제로(0)'로 깎아내렸다.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북협상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이 3차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확신하게 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마치고 나서 폼페이오 장관이 대화를 끌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이 무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폼페이오는 중동에서 전화통화를 들었는데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경멸을 표현했고 볼턴 전 보좌관 역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고 조롱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세부사항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알맹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데 골몰하는 등 싱가포르 회담을 단순히 '홍보행사'로 여겼다고 혹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발췌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재선 지원을 요구하며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대선 정국에서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무지와 불개입주의에 관한 일화도 저서에 다수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핀란드는 러시아의 일부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결정을 거의 내릴 뻔했으며 지난해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불개입, 중국의 텐안먼 사건 30주년 성명 발표에 대한 무관심 등의 태도를 보였다.
볼턴의 회고록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괴짜 볼턴의 '극도로 지루한' 책은 거짓말과 가짜 이야기로 구성됐다. 내가 그를 해고하기 전까지는 그는 내게 좋은 말만 했다"며 볼턴 전 보좌관에게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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