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깡했니?…유통가 뒤흔든 ‘밈노믹스’

입력 2020-06-18 14:59:36 수정 2020-06-18 21:26:19

온라인 놀이문화·콘텐츠 뜻하는 밈, 가수 비 노래 ‘깡’ 신드롬 불러
농심, 새우깡 광고모델로 비 발탁, CU는 ‘1일 3깡’ 이벤트
소비자 중심, 유통기한 천차만별…밈노믹스 특징 잘 살펴야

온라인에서 밈 열풍을 일으킨 비의
온라인에서 밈 열풍을 일으킨 비의 '깡'. 놀면 뭐하니 방송 캡처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은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했던 노래 '깡'으로 뒤덮였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뒤늦게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깡이 '밈'(Meme)으로 소비됐기 때문이다.

특정한 말이나 사진, 영상 등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며 즐기는 온라인 놀이문화를 뜻하는 밈에 힘입어 묻혔던 노래가 부활한 것이다. 지금 보면 다소 과하고 세련되지 못한 깡의 가사와 안무가 네티즌의 관심을 받으면서 '1일 1깡'(하루에 1번 깡을 본다), '식후깡'(식사 뒤 깡 보기) 등이 유행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방으로 전해지는 문화'라는 뜻으로 처음 쓴 용어 밈이 온라인을 넘어 유통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밈노믹스'(Meme+Economics)로 탄생했다. 유통업계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밈을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비의 깡에 착안한 농심 새우깡 광고 티저. 농심 제공
비의 깡에 착안한 농심 새우깡 광고 티저. 농심 제공

◆농심, 발 빠른 밈노믹스로 호응

깡 밈의 기본 토대는 조롱이었다. "They call it!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등 자기애로 범벅된 가사와 '꾸러기 표정'으로 불리는 비 특유의 입술 깨물기 등은 대중과 평단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 깡에 대한 조롱이 쌓이면서 서서히 밈화됐고 깡을 패러디한 영상이 발화점이 돼 3년이란 시간 뒤에 깡 열풍이 불었다.

자칫하면 조롱으로 끝날 뻔 했던 깡은 비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1일 3깡은 부족하다. 1일 7깡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초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에 대한 대중의 감정은 완전히 호감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농심이 재빠르게 깡 신드롬에 올라탔다. 대표 과자인 새우'깡' 모델로 비를 낙점하며 밈노믹스의 대표 사례가 됐다. 농심은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누리꾼이 댓글로 섭외를 요청하는 데 힘입어 비를 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밈노믹스 효과를 최대화하려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에 나섰다. 응모된 영상을 토대로 광고 자체를 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심의 파격적인 행보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도 극찬하고 있다.

이에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천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농심의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농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15%, 영업이익은 최대 4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콘텐츠 마케팅으로 시장 관심도가 지속 높아지면서 농심의 영업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버거킹 사딸라 광고 이미지. 버거킹 제공.
버거킹 사딸라 광고 이미지. 버거킹 제공.

◆밈노믹스 출발은 버거킹 '사딸라'…유통가 밈 활용사례 많아질 듯

밈노믹스의 출발은 지난해 버거킹의 이른바 '사딸라' 광고였다.

2002년 방송됐던 드라마 '야인시대'에 출연한 배우 김영철(김두한 역)이 극 중에서 벌인 막무가내식 협상법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며 오로지 '사딸라'(4달러)만 외치자 결국 직원이 4천900원에 가격 합의를 본다는 내용이다.

18일 기준 유튜브 사딸라 광고 조회 수는 무려 577만회에 달한다. 밈노믹스 효과를 본 버거킹은 연달아 '묻고 더블로 가' 밈을 활용해 2연타에 성공한다.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에 출연한 배우 김응수(곽철용 역)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극중 대사가 밈화된 것이다. 버거킹은 해당 대사를 '더블 올데이킹' 광고에 녹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해당 광고는 18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 712만회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CU가 지난 1일부터 '1일 3깡' 이벤트를 열었다. 깡이란 단어가 들어간 과자 감자깡과 고구마깡에 숙취해소제 깨수깡을 더해 2+1로 판매하는 행사다. CU에 따르면 행사 뒤부터 지난 10일까지 감자깡, 고구마깡, 깨수깡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01.5%, 106.3%, 47.2% 급증했다.

밈노믹스 효과가 조금씩 증명되면서 유통가에도 관련 마케팅 붐이 일어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질을 넘어 재미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밈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며 "밈을 활용한 광고가 연달아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하반기에는 더욱 많은 밈노믹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U 1일 3깡 이벤트. CU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CU 1일 3깡 이벤트. CU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밈노믹스 성공하려면 밈의 특징 잘 살펴야

밈노믹스는 효과가 좋지만 자칫 잘못 활용할 경우 소비자 반감을 부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밈의 출발 자체가 소비자이기 때문에 자칫 방향이 어긋나면 심기를 건드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SNS를 통해 진행한 '깨수깡X깡' 이벤트에서 비와 닮은 외모의 직원을 모델로 기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사자인 비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밈은 소비자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애착이 크다. 그만큼 소비자 심리를 잘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므로 절대 쉽지 않은 것이 밈노믹스"라면서 "밈마다 소비되는 기간도 모두 달라서 마케팅 시점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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