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호천변 꽃길·미니장미…‘컬러풀 심리방역’ 대구에 꽃 피다

입력 2020-06-18 18:06:08 수정 2020-06-18 20:57:35

원예나 컬러링북 등 색을 활용해 '코로나 블루' 차단
확진자·의료진에 컬러링북 지원…전문가 "일상으로 돌아는데 도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엘리베이터에 꽃 화분이 놓여졌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엘리베이터에 꽃 화분이 놓여졌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다채로운 색깔을 활용한 시각적 효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변에 꽃을 둬 우울감을 낮추거나, 채색이나 그림그리기 등을 활용해 심리방역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대구시 수성구 고산2동 일대의 매호천변에는 이곳 주민들이 페츄니아, 메리골드 등 모종을 심어 꽃길을 조성하는 행사를 열었다. 도심 속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미경 고산2동 새마을부녀회장은 "꽃을 심으면서도 뿌듯하고 힐링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주민들도 좋아해 정말 기쁘다"며 "9개 종류의 계절 꽃을 다양하게 심었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꽃이나 나무 등을 키우는 '원예치료'는 실제로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치료법이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꽃을 지켜보고 정을 주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며 "외출이나 대인관계가 제한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추천할 만한 스트레스 관리 방안"이라고 했다.

이를 활용해 대구 동구청은 자가격리자 235명에게 미니장미 등이 담긴 봄꽃 화분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가격리자가 느낄 불안감과 우울감을 덜어내고,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화훼농가를 돕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꽃 화분을 전달받았다는 자가격리자 A(20) 씨는 해외입국 자가격리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을 때 꽃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귀국 당시 가족들을 한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혼자 2주를 지내야 했다"며 "힘든 시기에 꽃 선물을 받아 기뻤고 화분에 물을 주고 햇빛을 보게 하는 과정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채색이나 그림 그리기에 중점을 둔 심리방역도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CJ그룹은 지난 12일 대구의 의료진과 확진자들의 심리방역을 위한 '힐링키트' 500세트를 특별 제작해 지원했다.

힐링키트에는 미리 그려진 도안에 색을 입히는 '컬러링북', '스크레치북' 등과 티셔츠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희망T 그리기 키트' 등이 포함돼 있었다.

김규리 한국컬러테라피협회장은 "컬러링이나 플라워테라피 등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자주 보거나 가까이 하면 심신의 안정을 찾는 등 마음치유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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