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북한에 쩔쩔매는 한심한 정부 여당

입력 2020-06-17 06:30:00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지난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지난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기자 생활 10년 차 때였던 2000년 이맘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통치권자로는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릴 때까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지만 공항에 첫발을 딛고서 감개가 무량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김 대통령의 모습.

이어서 깜짝 등장한 김 위원장과의 감격적인 포옹. 이틀 뒤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것처럼 보인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편집국에서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내심 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통일이 바로 다가오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7년 뒤 노무현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걸어서 넘어 방북(2007년 10월 2일)할 때나,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2018년 4월 27일, 5월 26일)과 평양(2018년 9월 17~19일)에서 연쇄 정상회담을 할 때는 20년 전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6‧15 선언 이후 북한의 행태들이 고맙게도 북한의 정체를 알게 해준 계기가 됐다.

6‧15 선언 20주년을 전후해 북한의 대남 공세가 거세다. 김여정과 당 간부들이 잇따라 대북 전단 문제를 갖고 나서더니 이제는 옥류관 주방장까지 등장했다. 주방장이야 어차피 북한 권부가 시켜서 나선 인물이겠지만 듣는 우리 국민 입장에선 너무 기분 나쁘다. 60%에 육박하는 국민이 지지하는 대통령에게 '처먹는다'는 표현을 쓰다니.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적극 막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을 모르지 않는 저들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에서 냉대받고 온갖 화풀이는 우리에게 해대는 것.

여기에 대한 우리 정부와 집권 여당의 대응은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의석 177석의 집권 여당 원내대표는 종전 촉구 결의안을 앞장서서 내겠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조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

이를 깔아뭉개기라도 하듯 북한은 어제(16일) "남북 합의로 군부대를 철수시켰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다시 요새를 짓겠다"고 발표하더니 급기야 이날 오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전격 폭파해 버렸다. 중단했던 대남 삐라도 정권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겠다며 재개를 공언했다.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향해 쌍욕을 해대는데도 청와대 참모들, 정부 각료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아니 오히려 달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북한의 저따위 막말과 행동에 쫄아서 혈맹인 미국에 화풀이를 하려는 여당 지도부도 있다. 북한의 급변이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로 인한 것이니 미국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일본이 이랬으면 벌써 범국가적 궐기대회가 벌어졌을 것이다. 경제가 엉망이 되건 말건 일본과 사생결단이 일어났을 터이다.

국민들은 자존심을 먹고 산다. 오죽하면 미래통합당 의원이 나서서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므로 세계적 세습 독재자들의 후예들이 폄훼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일갈했겠는가.

한반도 평화는 절대 선(善)이다. 남북 합의는 준수되고 이행해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면 곤란하다.

가진 것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오로지 깡다구만 있는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면 그날부터 괴롭힘은 배가 된다. 매번 호주머니 털리고 비위 맞추기 급급하다가 결국은 골병들고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은 익히 습득한 바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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