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몽골 심장병 봉사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넘어 밀알심장재단 회장님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매년 이맘 때면 몽골 심장병 봉사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먼저 몽골 비자를 신청해서 받아야 했고, 심장병 진료를 위해 노트북 휴대용 심초음파기계를 수소문해서 빌려야 한다. 다른 일행도 봉사를 할 장소 섭외 및 항공권 및 숙박 예약에 정신이 없을 터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생각지 못한 코로나19로 우리들의 일상이 멈춰버렸다. 6월 15일 현재, 우리나라 확진 환자 1만2천85명, 사망자 277명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몇 달째 혼란스러움의 나날이다. 저녁 모임은 사라졌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경기는 침체되고, 상가는 문을 닫고 있으며, 여기저기 경고음과 불만, 불평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그나마 전 세계적인 재난 가운데서 우리나라만의 저력으로 지금껏 버티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이런 돌발적인 재난에 경제여건이 좋지 못한 나라들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냥, 국경을 막고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몽골이 그런 나라이다. 열악한 의료 시설과 경제 환경으로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지 눈에 선하다.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조치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작년에 심장병 수술한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심장병이 있는 아이들을 빨리 찾아내서 수술을 해야 한다. 올해 한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계획한 몽골아이들이 한 명도 들어오지 못했다. 그 아이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이 오면 대기오염이 심한 몽골에서는 심장병 아이들이 겨울을 차마 견디지 못하고, 하늘 나라로 가기도 한다. 피해 환자 숫자만 놓고 보면, 몽골 정부의 결정이 맞지만,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마음이 참 아프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회장님과 통화를 마친 후에, 작년에 몽골 봉사에서 진료를 보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작년에 수술한 6명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모든 것이 가능하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한계치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몽골 아이들을 진료하고, 수술할 수 없는 현실이 참담해서 슬프고 생명에 대해 선택을 해야만 하는 현실도 부정하고 싶다. 코로나19로 불편하고 슬픈 일들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몽골의 아픈 아이들을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슬프고 힘들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몽골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없는 현실이 말이다.
더운 날씨에 level D 방역복을 입고서 검사와 치료를 하는 의료진과 방역에 노력하는 당국,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지침에 잘 따라주는 선량한 국민. 그리고 코로나19 위협 속에 마음 졸이는 몽골의 심장병아이들. 이런 모든 수고와 고민이 사라지는 세상, 평범한 일상을 간절히 꿈꾼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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