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옛 그림 중 달이 그려진 그림을 만나면 눈길이 더욱 간다. 밤하늘의 달을 뮤즈로 삼은 예술가가 이백에서부터 백남준까지 무수히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이백은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외로움을 명월과 나와 내 그림자가 있으니 3사람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추사 김정희의 최고 명작 중 안짝을 '차호명월성삼우(且呼明月成三友)'로 쓴 대련이 있는 것은 그도 명월을 불러 친구 삼은 외로운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차고 이지러진 달이 12대의 모니터에 떠 있는 비디오 작품이다. 달빛아래 앉아있던 인류가 텔레비전 앞에 앉기 시작하던 1965년 33살 때 벌써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 저 달이 알아주기를 바랐던 예술가의 마음이 그에게도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귀주재월(歸舟載月)'의 달은 벼랑의 소나무 가지 끝에 걸린 달이라 더욱 사랑스러운 달이다. 동그랗게 달을 그려 넣은 것은 먼저 머릿속에 떠올려 놓은 화제시에 밝은 달이 나오기 때문이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물고기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 환한 달빛만 싣고 돌아오네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 의도인(毅道人)
중국 당나라 때 선승 화정선자(華亭船子)의 유명한 선시(禪詩) 중 두 구이다. 어부는 자연세계를 인간세상의 피안으로 삼는 산수화에서 은자의 상징인데 이 그림은 '은(隱)'을 숭상하는 유가와 도가의 가치관에 선가의 경지까지 담았다. 빈 배에 달빛을 가득 실었다는 말은 형용 모순이다. 어부를 비추는 밝은 달은 곧 선리(禪理)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의도인(毅道人)은 허백련이 의재(毅齋)를 바꾸어 회갑 때부터 사용한 호이다. 무등산 춘설헌(春雪軒)에 살면서 노자 『도덕경』에 심취했기 때문이다. '귀주재월'은 여백이 넉넉하고, 떨림이 있는 갈필과 불규칙한 태점을 은은한 담채와 함께 사용하는 허백련의 의도인 시기 전형적인 화풍이다.
한국회화사에는 부채그림 걸작이 많다. 우아한 소지품인 합죽선은 소지자의 취향과 안목이 전시되는 휴대용 미술품이어서 그림의 내용은 신중히 고려되었고 작품의 품격 또한 높았다. 부채그림은 부채와 한 몸으로 사용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부채 살에서 선지(扇紙)를 떼어내 배접하고 표구해 독립된 작품으로 소장되며 감상되었다. '귀주재월'처럼 부채까지 함께 보존된 경우는 생활 속의 공예품이자 미술품이었던 합죽선의 운치와 풍류가 더욱 실감난다. 단오선(端午扇)을 추억하며.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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