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24시] 내 반려견의 시크한 미소? 안면마비일수도…

입력 2020-06-16 18:30:00

콩이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유난히 올라가 있다. 콩이는 좌측 안면신경과 삼차신경이 마비되어 눈꺼풀을 닫을 수 없고, 입술이 쳐져 침흘림이 발생하는 안면마비 증상으로 내원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콩이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유난히 올라가 있다. 콩이는 좌측 안면신경과 삼차신경이 마비되어 눈꺼풀을 닫을 수 없고, 입술이 쳐져 침흘림이 발생하는 안면마비 증상으로 내원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콩이(포메라니언·12살)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원장님, 콩이가 입이 돌아갔어요!"

익살스러운 송이의 표정을 즐겁게 쳐다보는 주변 이들의 마음과는 달리 송이 보호자는 걱정이 가득하다.

3일전 부터 콩이의 왼쪽 아랫입술이 쳐지며 침이 거품처럼 입안에 고인다고 했다. 가끔 그 침이 코로 들이켜져 재채기 할 때는 안쓰러워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라 했다. 왼쪽 눈의 눈꺼풀도 닫혀지지 않고 있었다. 콩이는 2년 전 부터 기관지협착증과 심장질환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데 최근 기침이 심해지면서 편히 자지도 못하고 밥도 덜 먹는다 했다.

소형견이 한쪽 입꼬리가 치켜올려지며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으로 내원하는 경우들이 가끔 있다. 스파니엘이나 레트리버처럼 대형견들은 눈꺼풀과 아랫입술이 축 늘어져 우울한 표정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둘 다 안면신경과 삼차신경의 마비에 의한 증상이다.

개와 사람의 안면마비 비교 이미지(윗그림)와, 안면신경(노란색)의 해부학적 구조(아랫그림). 셔터스톡, RCENLearning 제공.
개와 사람의 안면마비 비교 이미지(윗그림)와, 안면신경(노란색)의 해부학적 구조(아랫그림). 셔터스톡, RCENLearning 제공.

사람의 경우 안면 마비로 인해 눈꺼풀과 입술이 쳐지는 증상이 두드러진다. 웃을 때는 마비되지 않은 쪽으로 얼굴 근육들이 확 당겨지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이 연출되기도 한다. 눈과 입술이 삐뚤어진다하여 구안와사(口眼喎斜)라 불려지기도 한다.

'차가운데 얼굴을 대고 자면 입 돌아간다' 는 옛말이 있다. 심신이 피로하고 잠자리도 편치 못할 때 잘 발생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원인은 말초 신경계의 바이러스감염이나 신경염 등으로 추정하며 스트레스와 피로 등 명확하지 않은 원인에 의한 특발성 질환이다. 다행인 점은 4~8주 사이에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평생 경미한 휴유증이 남기도 한다.

구안와사는 뇌출혈, 뇌종양 등의 중추성 뇌질환과의 구분이 필요하다. 눈 주변의 마비 없이 코와 입술 부위에만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출혈, 뇌종양 등의 중추성 뇌병변을 의심해 볼 여지가 높다. 중추성 뇌병변은 MRI검사를 통해 확진이 가능하지만 예후는 매우 불량하다.

안면신경 마비의 치료는 휴식과 안정이 최우선이다. 심리적으로 배려받는 동물환자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보였다. 동물환자 중에는 음식을 씹을 때의 불편함, 시각적인 이상, 감각 상실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는 동물환자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많을수록 안정감을 찾고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발성 안면마비 증상을 보이는 동물환자들은 고령이거나 대사성질환을 가지고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건강검진 차원에서 혈액검사와 종양검사가 추천되며 귀질환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만성외이도염, 중이염, 내이염이 안면신경과 삼차신경 마비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료는 면역을 증강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증요법이 적용되며 전침치료, 레이저 재활치료도 신경 회복에 도움된다.

개와 고양이에게 안면신경 마비가 발생하면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사람의 경우 침흘림, 음식물 저작 불편, 안구건조증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대처한다. 하지만 동물은 보호자가 그 역할을 대신해줘야 한다. 콩이처럼 구강 내에 침이 진득하게 고일 경우 가제를 이용해 자주 닦아 줘야 한다. 호흡하다 침이 기도나 비강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눈꺼풀을 닫지 못하기 때문에 안구건조증과 각막손상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눈물대용제와 각막질환 예방에 도움되는 안약들을 처방받고 자주 넣어 주셔야 한다. 각막이 혼탁해지거나 결막 부종이 심해질 경우 지체없이 수의사의 진찰을 받으셔야 한다.

호너증후군(Horner
호너증후군(Horner's Syndrome) 사람과 고양이 개의 비교사진.모두 작아진 눈과 졸리는 듯한 눈꺼풀이 관찰되지만, 개와 고양이는 흰색의 제3안검이 눈동자를 덥고 있는 특징이 추가된다. AJNR 제공.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질병의 발생과 증상은 비슷하다. 하지만 동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보호자의 관리가 요구되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의 안면신경 마비는 신경 회복을 위한 동물병원 치료 이상으로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구 손상을 예방하고 심리적 불안감을 다독여주는 보호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같은 질병이더라도 그 치료와 관리에 있어서는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명심하자.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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