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상임위원장 단독 처리…'일하는 국회' 되겠다는 명분
야당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주호영 원내대표 사의 표명
여당이 제1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회 가동을 위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국회는 15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야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염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통합당은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한 '힘자랑'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각각 선출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개의사에서 "여야 간 협상에 나름 사정이 있겠지만 코로나19 위기와 남북관계 위기에서 정치권의 어떠한 사정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더구나 시간을 더 준다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나중에 역사는 오늘을 국회가 없어진 날, 일당독재가 시작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이렇게 출발하면 제21대 국회는 망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국정치는 황폐화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강력 비판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절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전부터 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모여 '야당 되든, 여당 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 '야당 입에 재갈 물려 정권보위 자처하나', '무슨 죄를 지었기에 법사위를 강탈하나' 등의 손팻말을 들고 여당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박 의장은 이날 통합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활동할 상임위원회도 강제 배정했다.
지역 의원 가운데 검사출신인 박형수 의원(영주영양봉화울진)이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부 출신인 류성걸(대구 동갑)·추경호(대구 달성)·송언석(김천) 의원이 기획재정위원회, 윤두현(경산)·홍석준(대구 달서갑)·구자근(구미갑)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배정됐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은 국방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할 전망이다. 지역 출신 비례의원인 한무경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서정숙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로 배정됐다.
정치권에선 여당의 예상 밖 강수에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핵심지지층에선 환호가 나올 수 있지만,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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