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온실 속에 갇힌 대구시

입력 2020-06-16 16:28:18 수정 2020-06-16 19:21:21

구민수 기자
구민수 기자

8년을 이어온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올해 개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달 초에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대구시 직원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다들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이 이 축제로 새롭게 도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앞섰다. 이런 차원에서 대구시가 개최 여부를 고심하고 있고, 방역 상황에 따라 달라질 거란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온통 비판 일색이었다. 시민들은 방역 상황에 따라 개최 여부를 결정할 거란 대구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전면 취소해야 한다는 말을 시민들은 기대했다. 대구시와 일반 시민들과의 온도 차를 새삼 느꼈던 계기가 됐다.

대구시 긴급생계자금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부정 수급' 논란은 그 온도 차를 한 번 더 실감하게 했다.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대구시가 처음 내놓은 반응은 부정 수급자가 나올 수 있다고 사전에 공지했다는 자기방어와 앞으로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시민들은 관련자 징계를 원하는데 대구시는 내부 논리를 다지는 데 급급했다.

물론 타 시도와 비교해 보면 부정 수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많이 있었지만, 대구시가 나서서 논란을 초래한 공무원들을 조사해 보고 사안에 따라 징계를 고려한다고 밝혔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시가 이달 처음 선보인 지역사랑상품권(대구행복페이)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구시는 역외 수입이 많은 대구는 지역사랑상품권과 맞지 않는다며 출시를 미뤄 왔다. 하지만 막상 출시하자 일주일 만에 발행 금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반응은 상당했다. 자기방어와 내부 논리에 갇혀 버린 대구시에 변화와 혁신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면이 돼 버렸다.

대구시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한 지지율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3월 권 시장의 지지도는 전달보다 4.9%포인트(p) 오른 58.2%로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5위였다. 하지만 4~5월 동안 18.8%p가 빠지면서 39.4%로 주저앉았다. 당시 긴급생계자금 지급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곤욕을 치른 권 시장은 시의회에서 쓰러진 뒤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국 시도지사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게 됐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전국 시도지사 지지도 조사에서 전달보다 2.7%p 오른 70.3%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도지사의 지지도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3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시군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화끈한 발언으로도 주목받았다.

관료 출신이 아닌 권 시장도 한때는 기존 논리에서 벗어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때면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감함이 과거 그 언젠가 대구시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권 시장은 최근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방식의 2차 긴급생계자금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긴급생계자금과 관련해 공무원 부정 수급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자 시 간부들과는 전혀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 계획부터 밝혔다고 한다.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의 과감한 발언에 이은 향후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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