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일을 하다보면 사건처리가 잘되는 경우와 잘되지 않는 경우로 대별되곤 한다. 사건이 잘되는 경우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공감이 잘되는 경우이다. 공감이 잘되면 의뢰인의 이야기에 집중이 잘되고 의뢰인이 겪은 일이 마치 변호사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공감이 되어 빙의가 된다. 반대로 의뢰인이 자신의 이야기에 치중하고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집중 없이 수많은 이야기를 널어놓으면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법률적으로 구성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변호사가 법률적 조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은 자신의 의견을 변호사에게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공감이 잘 되지 않다보니 소통도 잘되지 않고 결과 역시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변호사가 의뢰인에 공감이 잘되고 둘 사이에 소통이 잘되는 경우에는 재판의 진행과정이 순조롭고 결과 또한 좋은 경우가 많다.
소통은 인간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익힌 것을 언어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전달받은 상대방은 언어를 통해 보고, 들으며 공감을 해나간다. 언어를 통해 소통을 하고 소통을 통해 우리는 상대와 공감하면서 상대의 생각을 읽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훌륭한 소통으로 좋은 공감이 이루어지면 상대와 나, 둘 다에게 좋은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결과 말이다.
소통을 통한 공감능력의 향상이 매우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교육학계에서는 이미 지식능력 향상보다 공감능력의 향상을 교육의 주안점으로 두고 있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장 내에서도 위계질서를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가정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어른이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말대답을 하면 버릇없게 말대꾸를 한다고 혼내기 십상이었으나, 현재에는 말대꾸한다고 혼내는 가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연과학의 영역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문화·인문의 영역에서 정확하게 정답이라고 단정 지어지는 것은 찾아보기 드물다. 법률 역시 마찬가지다. 법률의 영역 역시 한 국가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약속한 부분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일 뿐이고 시대적 변화에 따라 현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폐지되고 사회적 함의에 따라 새로운 법률의 영역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이 살아가는 영역이 정답이 없는 곳이라면 우리는 바람직한 가치체계 정립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소통을 통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야만 한다.
좋은 소통의 기술이 정치에서 작동되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 우리사회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사회모습을 기대하기에 우리의 정치영역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실례로 정치적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인이 하는 토론의 모습을 보면 우리 정치권은 소통의 시대에 불통으로 일관하는 듯하다. 토론이라는 성격이 찬·반이 나뉘는 주제에 관하여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고는 하나 토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쌍방의 입장이 쏟아져 나온 후 변증법으로 가장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의 토론은 특히 정치적인 주제일수록 서로 상대를 비방하고,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서로 과거 흠집 내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결국 격해진 언쟁 속에 항상 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급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또 하나는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정당정치도 불통의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국회라는 곳은 민의를 대변하는 곳으로 각 지역구의 대표자들이 지역주민을 대표하여 모이는 곳이다.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가 없기에 대표자들은 자신의 지역주민을 대변하여 싸울 수밖에 없다. 정쟁의 장소인 만큼 소란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다만, 정쟁에 임할 때는 지역의 대표자인 만큼 소통의 수단을 활용해야 하며, 활용법은 품위가 있어야 한다. 국회는 소통이 끊임없이 작동하여야 하는 곳이고, 소통을 통해 서로 합의하고, 조율하며, 치우치지 않는 상생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정당의 정강 및 정책기조에 매몰되어 마치 패거리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의 정당정치의 분위기라면 거대 정치세력간의 협상만 존재할 뿐 소통의 기술은 소용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루는 사안이 과연 국민들에게 중요한 부분인가 묻고 싶다. 현재 정치권에서 중요한 핵심사안은 '공수처', '상임위 구성', '검찰개혁', '대북전단' 등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도탄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분명 아닐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그 문제로 싸워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작 국민의 민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에 집중하고 그것으로 인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권을 외면한다.
정치 영역에서 '나는 당신의 상황을 알고, 당신의 기분을 이해한다'처럼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인 '공감능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적인 것일지 모르나 최근 여·야를 떠나 강조되고 있는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공감을 바탕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감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21대 국회에서는 부디 '공감정치'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효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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