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대구경북 택시…자발적 감차 대책없나?

입력 2020-06-11 18:19:56 수정 2020-06-12 06:45:05

'생존 위기' 대구 택시업계 감차사업 시 예산은 '0원'
국비 매칭 시비 추경 예산 편성…코로나19 사태에 재정 비상
경북 시군별 추진 의지 달라…'헐값 보상' 감차 걸림돌

11일 낮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1일 낮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자발적 감차 대책없나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 저하에 고심하던 대구경북 택시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보상금 투입 등으로 택시 감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업계가 자발적으로 선뜻 응하지 않아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구 상황은…

대구 택시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4억9천만원 수준이던 대구 법인택시의 총 수입금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4주차에 2억1천108만원을 기록하며 67%가량 주저앉았다. 사태 안정화에 따라 조금씩 수입이 회복됐지만, 지난달 말까지도 전년 평균 대비 80% 수준을 기록하며 운전기사와 업체 모두 좀처럼 일상을 되찾지 못했다.

전국 최악의 과잉 공급으로 가뜩이나 생존 위기에 처했던 법인택시업계가 대구시에 '보다 빠른 감차사업 진행'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택시의 62.5%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업계가 올해도 감차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인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 재정도 어려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히다.

11일 낮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1일 낮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대구 감차사업 예산 '0원'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감차보상금은 국·시비 보조금에 국토교통부가 택시요금 부가세 5%를 떼서 감차재원으로 쓰고자 마련한 인센티브, 각 업체의 자부담액으로 구성된다. 지난해의 경우 택시 1대를 감차할 때마다 보조금 1천300만원에 부가세 인센티브 1천만원, 업체 자부담액 250만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대구시가 올해 감차사업에 쓸 국비 예산을 확보했지만 여기에 매칭할 시비는 추경에 편성할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몰린 지역 법인택시업계의 감차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대구시 감차 예산은 아직 '0'원이라는 의미다.

국토교통부는 대구시에 올해 감차보조금 예산으로 대 당 390만원씩 200대 분인 7억8천만원을 내렸다. 여기에 매칭해야 할 시비는 대 당 910만원씩 모두 18억2천만원으로, 앞으로 관건은 얼마나 빨리 추경 예산을 확보하느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시 재정이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제대로 사업이 진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게 택시업계의 평가다.

◆ 개인택시 감차 참여도 '0대'

지금까지 대구 택시 감차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개인택시 업계의 불참이 꼽힌다. 올해 3월 기준 총 1만6천67대의 택시 중 62.5%(1만51대)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를 4년에 걸친 감차사업에서 한 대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감차사업이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의 감차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었던 탓이 크다. 개인택시 면허는 사유재산처럼 취급돼 운전기사들끼리 사고 팔 수 있는데, 면허 시세가 지난달 기준 6천500여만원에 이르는 탓에 그보다 적은 돈을 받고서는 감차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대구시는 개인택시에 대한 감차보상금을 5천800만~6천만원 수준으로 올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운전기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개인택시는 올해도 대구시의 감차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구시는 개인택시조합이 '내년부터는 감차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실제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지만, 워낙 코로나19 피해가 심했던 만큼 감차에 협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감차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년에 개인택시 측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북 상황은…

'과잉 공급된 택시면허 대수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는 경북 시·군의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이다. 정부가 택시 감차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지만 시가와 수백~수천만원이나 격차가 나 이를 보상하려면 뭉텅이 예산이 필요한 탓이다.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 선정에 따라 시·군별 추진 의지에 온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천읍 중심상가 택시
예천읍 중심상가 택시

◆택시 감차 적극 나선 상주·안동

경북에서 택시 감차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자치단체는 상주시이다. 상주는 2017년 8대, 2018년 6대, 지난해 6대 등 3년간 20대를 감차했다. 올해도 개인택시 8대를 감차할 계획이다.

상주시는 택시 감차를 위해 1대당 8천만원씩, 총 6억4천만원의 감차 보상비 예산을 확보했다. 인구 10만명가량인 상주에는 개인택시 219대, 법인택시 89대 등 총 308대가 운행하고 있다. 적정대수는 2024년까지 265대다.

상주시 관계자는 "현재 같은 추세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대적으로 고령이고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을 보상 우선순위에 넣고 감차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소극적이던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 택시 감차를 위해 예산 5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총 12대를 감차할 방침으로 대당 보상금액은 아직 검토 중이다.

안동시는 지난해 법인택시에 대당 4천180만원을 보상해 3대를 줄였다. 역대 첫 감차 실적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세워둔 만큼 집행을 위해 감차를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계획만큼 감차 수요가 있을지는 의견을 조율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 감차 난감, 포항·경주

포항시는 2014년 처음으로 5대의 감차 실적을 냈지만 이후 한 대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법인택시 감차를 한 뒤 개인택시 감차를 추진했지만 동참하지 않았고, 이후 법인택시 역시 감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포항에는 현재 2천843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며 이 중 572대를 감차해야 한다.

감차가 더딘 이유는 보상비가 실거래가에 한참 떨어지는 헐값 수준이기 때문이다. 포항지역 택시면허 실거래가는 평균 9천500만원으로 추정되지만 포항시는 이를 예산으로 뒷받침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1년에 10대를 감축한다면 1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7천만원선까지 떨어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경주시 역시 500대가량 감차해야 하지만 대당 1억원에 가까운 거래가 탓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국비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해 시비를 90%가량 부담해야 하니 투입 예산 대비 감차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도 않는다.

경북 한 개인택시 기사는 "지자체가 내놓는 금액은 시중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 보상비를 받고 누가 쉽사리 감차를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택시면허는 여전히 고령자 등의 수요가 있어 기사들이 감차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정부가 감차지원금을 무턱대고 높이면 시장가격이 뛸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개인 간 거래를 금지한 뒤 업계와 협의해야 그나마 보상비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부 jeb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