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코로나로 등장한 비대면 콘셉트

입력 2020-06-11 16:30:00

‘배달해서 먹힐까’, ‘비긴어게인’…언택트 예능의 이유있는 한국행

tvN
tvN '배달해서 먹힐까'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네 일상을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들도 색다른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예능'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 비대면을 콘셉트로 하는 이들 언택트 예능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

tvN
tvN '배달해서 먹힐까' 영상 캡처

◆현지에서 한국행을 택한 '배달해서 먹힐까'

tvN '배달해서 먹힐까'는 본래 '현지에서 먹힐까'의 스핀오프격 프로그램이다. 태국에서 팟타이가, 중국에서 짜장면이, 미국에서 치킨과 햄버거가 과연 먹힐 것인가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게 '현지에서 먹힐까'가 가진 기획 포인트였다. 태국에서 시도했던 시즌1은 첫 시도인 데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해 1%대(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중국에서 짜장면이 먹힐 것인가를 이연복 셰프가 합류해 보여줬던 시즌2가 최고 시청률 5%(닐슨 코리아)를 넘기면서 시즌3는 미국에서 짜장면과 치킨, 멘보샤 등을 파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처럼 '현지에서 먹힐까'는 우리네 이른바 K푸드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프로그램이 더 이상 현지인 해외로 나가는 걸 어렵게 만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국내에서 배달음식에 도전하는 '배달해서 먹힐까'다. 우리가 배달음식으로 익숙한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건 도전과제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는 배달이 쉽지 않은 파스타를 주 메뉴로 삼았고, 그 셰프로 샘 킴이 합류했다. 파스타라는 메뉴의 특성상 배달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거나 양념이 면에 흡수되기 마련이라 이걸 고려해 조리하는 게 샘 킴에게는 숙제로 주어졌다.

물론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대면접촉이 어려워진 상황에 내놓은 자구책이지만, '배달해서 먹힐까'는 의외로 괜찮은 역발상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배달문화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배달음식을 먹는 분들을 '랜선 회식'처럼 연결해 보여준 부분도 흥미로운 시도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현장을 담았던 '현지에서 먹힐까'만큼의 반응이 나오지는 않지만 언택트 시대의 색다른 예능의 풍경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JTBC
JTBC '비긴 어게인' 현장포토

◆음악 프로그램의 언택트 도전

코로나19 시국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하며 나누는 교감이야말로 음악 프로그램이 갖는 핵심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면 자체가 어려워진 데다 그것도 집단으로는 더더욱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음악 프로그램들의 관객 모집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게 되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그토록 큰 화제를 일으켰지만 결승전을 무관객으로 치렀다는 건 코로나 시국이 만든 음악 프로그램의 처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트로트 열풍을 타고 SBS가 야심차게 런칭한 트로트 버스킹 '트롯신이 떴다' 역시 마찬가지의 장벽에 부딪쳤다. 코로나 이전에 찍은 베트남에서의 트로트 버스킹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이 프로그램은 그 핵심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는 버스킹 자체가 무색해졌다. 그래서 대안적으로 선택한 것이 '랜선 버스킹'이다. 특별하게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을 랜선으로 많은 관객들이 참여해 듣는 걸 방송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막히니 오히려 더 커진 갈증이랄까. 콘서트들이 거의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을 겪으며 음악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그것은 관객들도 그렇지만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MBC '놀면 뭐하니'가 했던 랜선 방구석 콘서트였지만 그것이 가진 한계는 역시 관객의 직접적인 현장 리액션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비긴어게인'이 해외가 아닌 우리나라를 버스킹 장소로 선택하고 '드라이브 인 버스킹(자동차 안에서 버스킹을 감상하는 방식)' 같은 다양한 언택트의 방법을 고안해낸 건 흥미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첫 버스킹 장소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텅 비어버린 공항을 택한 것이나, 이번 사태로 특히 의료진들이 어려움을 겪은 대구를 다음 버스킹 장소로 선택한 것도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버스킹의 의미를 아예 코로나 시국과 연관지어 연결함으로써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을 거기에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네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이 변화는 이 시국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특히 현실과 일상을 담아낼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래서 이 언택트 상황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비긴어게인'이나 '배달해서 먹힐까' 같은 해외로 가던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국내로 돌아서고, '삼시세끼'처럼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을 피해 섬에 들어가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일이 많은 이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되었다. 결코 짧게 끝나지 않을 코로나의 여파가 앞으로도 남아있는 지금, 우리의 일상은 이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할 수 없는 제한들이 생겨난 형국이지만, 그걸 뛰어넘고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색다른 언택트 방송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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