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이 만난 사람]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입력 2020-06-08 13:50:33 수정 2020-06-08 20:07:43

분자생물학자답게 "흩어져야 하는 것이 생태계 원리"
"국제공항? 5개쯤 만들어야...왜 2번째 공항 갖고 이리 싸우나?"
"직업의 귀천, 대학 서열화 없어져야 나라의 균형 달성된다"
수도권 규제완화? "지역이 강한 나라, 고루 잘사는 지역이 이 정부 국정지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사열(64)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에서 사흘을 지내고, 경북대 강의를 위해(분자생물학자인 그는 경북대 교수직도 유지하고 있다) 대구에도 가고, 집이 있는 군위에서도 머문다고 했다. 매주 3곳을 다니며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위촉장을 받았던 김 위원장은 생물학자답게 국가균형발전의 원리와 관련, "흩어져야 하는 것이 생태계 원리다. 생태계 생명체들은 분산한다. 그것이 삶의 방식인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문화를 만들어 집중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생태계 원리에 맞춘 것이 바로 균형발전임을 '학술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수도권 규제완화 목소리에 대해서는 "지역이 강한 나라, 고루 잘사는 지역이 이 정부의 국정지표"라며 국정지표에 대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지난 4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규모가 큰 대도시의 피해가 크기도 하다. 집중화, 도시화, 사람에게는 안 좋지 않나?

▶코로나19를 보자. 대구는 굉장히 많이 번졌는데 경북엔 거의 번지지 않았다. 산업화하면서 대도시를 키웠는데 심각한 감염병이나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대도시가 굉장히 불리하다. 흩어져야 하는 것이 생태계 원리다. 생태계 생명체들은 분산한다. 그것이 모든 삶의 방식인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특정 문화를 만들어 집중을 해왔다. 지금 이에 대해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수도 서울의 고밀도 집중화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직접 와서 생활해보니 여기(서울)는 너무 팍팍하다. 받는 돈이 더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 물가가 너무 비싸다. 삶의 여유도 없다. 출퇴근하는데 시간을 다 써버린다.

-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수도권의 장점이 더 많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후 소비가 많고, 또 물류를 수송하는 부분이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국내뿐만 아니다. 기업이 자라면 외국으로 수출하게 되는데 공항이 수도권에만 있다. 인천공항으로 다 끌고 올라와야 하니까 당연히 수도권으로 기업이 몰리게 됐다. 산업화시대 때부터 수도권에 대해 제약도 하고, 기업들이 못 오게 하는 조치도 있었다. 그런데 잘 안 됐다. 수도권 대학도 전국 대학 숫자의 절반이 넘는다. 인재가 여기로 몰리고 있다. 인재가 여기 있으니까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가 있는 곳에 있게 된다.

-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킨 첫째 요인을 물류 인프라로 봤는데, 중앙정부의 공항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에 인천공항급 국제공항을 5개쯤 만들어야 한다. 인천공항에 이어 제대로 된 2번째 국제공항을 만드는 것 갖고 서로 싸우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보다 후발 산업화 국가를 보라.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항을 굉장히 많이 만드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리 통이 작나? 앞으로 우리나라가 그들보다 더 많이 해외로 뻗어나갈 텐데 공항 정책을 이리 가져가는 것이 아쉽다.

- 이 정부는 전반적으로 공항 등 SOC에 대해 소극적이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포항에서 강릉까지 기찻길을 전철화해 고속열차를 다니게 한다든지, 대구 서구에서 달성까지 산업철도를 까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가면서 필요한 SOC를 하고 있다. 공항까지 진도가 나가지는 않고 있지만, 지역에서 꼭 필요한 SOC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마다 조 단위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다.

- 대학의 인재 공급 능력도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켰다고 봤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지역대학 테스크포스팀 출범' 등 지역 대학 발전 전략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역이 지역 단위의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초중고, 대학, 대학원까지 해당 지역에서 교육을 마칠 수 있는 완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를 마친 사람들 중 일부를 다른 지역 또는 외국으로 보내기도 하겠지만 상당수는 그 지역에 남아 그곳에서 살면서 자식을 낳는 선순환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그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터가 지역에 많아야 한다. 지금 지역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수도권보다 일자리가 적으니까 그렇다. 살고 싶어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 대학을 지역 발전을 위한 고민의 장으로 공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가속화하고 공공기관들에 대한 지역인재 할당제를 더 확실하게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역에서 창업하고, 수도권에 있던 기업도 지역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나 광주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지역에서만 자라란 법은 없지만, 그 지역 출신은 그 지역에 상당 숫자가 남고, 일부만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가야지, 그 지역이 산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학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

- 대학이 중요한데,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은 지역에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지금 우리 지역 대학의 대다수 교수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이 없다. 지역 발전이 그 대학교수들의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 우수한 교수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설득하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 대학의 환경이 열악한데 생활문화시설의 차이도 극복시켜야 한다. 지역 대학에 대해 지원을 해야 한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 박정희 정부 때처럼 경북대의 전자공학과, 부산대 기계공학과 등 전략 학과를 선정해 지원을 늘리는 것은 어떤가?

▶지금 우리의 생각은 그 당시와 큰 틀은 비슷한데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화시대는 일방적으로 안겨주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방식을 쓰지 않는다. 지역에서 원하는 것, 지역 대학이 원하는 것, 지자체와 협의한 것, 이런 것들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지원금을 차등적으로 만들 것이다. 각 지역 대학이 지금 현재의 산업구도를 중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구는 자동차 부품회사, 전기·자율자동차 등의 산업이 있다. 그렇다면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이 관계가 된다. 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으니까 바이오나 의학 쪽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경북도 마찬가지로 강한 분야가 있다. 지역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클러스터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지역과 연계되도록 링크도 걸어줄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은 지역주도형인가?

▶그렇다. 본인들이 선택해서 하라는 것이다. 지역주도에 방점이 있다. 산업화시대 때는 대구는 이렇게 해라, 부산은 이렇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지자체와 대학이 합의한 것을 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 방식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도대체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건 아니다. 실제 예산을 3년 동안 48조 원 정도, 한해 16조 원 정도를 쓰니까 적은 돈이 아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 규모가 500조 원 조금 넘는데 16조 원이라면 큰돈이다. 안 하고 있다는 말은 정말 사실과 다르다. 지역균형발전정책도 국가가 주도하면서 과시적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분권, 자치에 대해서는 지역 주도 방식이 맞다. 미래를 위한 길이다. 문 대통령도 "일 욕심을 내서 해달라"고 내게 말했다.

- 역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평가하자면?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에 국가균형발전 선언을 하고 정책을 시작했다. 산업화시대에도 수도권 규제가 있었지만 미온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인구 46%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적 화두로 국가균형발전을 내건 사람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그때 처음 만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좀 그런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명칭까지 손댔다. 국가도, 균형도 빼고 지역발전위원회로 했다. 기관은 존속시켰지만 적극적으로 하지를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출신이어서 지역에 대한 개념도 뚜렷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정권에 복무하고 난 뒤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보수정권이 이를 인정하고 보수정권 집권 기간 중에도 존속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구의 이름을 회복시키고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천명했다. 국정과제로도 제시했다. 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열심히 하고 있다.

- 노무현 정부 때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 혁신도시를 만들었다. 많은 공공기관이 혁신도시에 터를 잡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 인재를 채용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 있다.

▶목표가 23%인데 26%까지 왔다. 가능하면 뽑으려고 한다. 공공기관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나도 교수인데 학생들 취업에 관심이 많다.

- 지역대학 출신에 대한 공공기관의 좋지 못한 선입관과 편견이 있던가?

▶실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 18살 때 부모 말 듣고 들어간 그 대학의 수준으로 현재 그 사람을 재단하면 안 된다. 사람은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에도 계속 발전을 한다. 26살을 넘겨 30살쯤 되면 능력이 거의 비슷해진다. 그런데 18살 때 말 잘 들었던 모범생을 엘리트로 정해놓고 그걸 계속 우려먹으면 되나? 내 동기들 중에도 좋은 대학 졸업한 사람 많은데 수십 년 전 사고에 멈춰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머리는 좋지만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 박사학위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에서 받았는데 그 나라의 지역균형발전 모습, 들려줄 수 있을까?

▶유럽은 평균적으로 아주 잘돼 있다. 노동은 신성하고 모든 일은 균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에 학생들이 몰리지도 않는다. 유럽과 달리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있고 대학에 순위를 둔다. 이 문제를 우리가 장기적으로 해소 해야 한다. 덴마크에서 가장 급여가 높은 사람은 청소부다. 대학교수가 아니다. 하지만 1주일에 이틀 이상 청소부는 일을 못하게 한다. 너무 많이 벌어가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다.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유럽의 힘이다. 이러니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수도에 살면 주차비도 비싸고 더 불편하다. 균형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유럽은 배울 것이 많다.

- 코로나19 이후 확실한 화두가 된 것이 리쇼어링이다. 어떻게 보나?

▶미국이 2만5천개, 일본이 400개 정도 옮겼거나 옮기려고 한다. 우리는 한 20개 정도다. 숫자가 많지 않다. 이전보다 늘어났는데 당근이 너무 적다고 본다. 그 당근 외에 음료수도 줘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윤이 될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될 때 같은 값이면 수도권보다 지역으로 유인해야 한다. 리쇼어링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감염시대 극복을 위해서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하려면 국내에다가 제조업 라인을 일정 부분 재구축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이 훨씬 유리하다. 감염병 고려하면 수도권은 굉장히 불리하다. 이런 연장선에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역에 국제공항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 대구에 만들 건지 부산에 만들 건지 싸우고 그러는데 정치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 5개 정도는 정말 필요하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수도권 규제완화를 정부가 해줄까 봐 불안하다. 어떻게 보나?

▶생태적 현실도 그렇고, 가능하면 묶어야 한다. 수도권에 못 오게 해야 한다. 정부가 내건 국정지표에 '지역이 강한 나라, 고루 잘 사는 지역'이라는 내용이 내걸려 있다. 정부가 일관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강한 어조로) 국정지표를 이렇게 내걸어 놓고 다른 얘기 하면 안 된다.

-지역혁신성장 계획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기대효과는?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지역마다 낸 방향으로 시작하는데 예산이 1조원에 못 미치지만 굉장히 큰돈을 쓰는 것이라고 본다. 위원회가 산업부와 협조하고 하는데, 기업들이 지역마다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게 된다. 산업화시대 때 대학들을 특성화하듯이 산업도 그런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특화된 분야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해 온 일의 연장선상에서 지역발전에 방점이 있다. 긍정적으로 봐줘도 된다. 대구경북도 차부품, 전자·전기차, 지능형에너지시스템 등 기존에 강점이 있는 분야에 특화하겠다는 계획을 잘 냈다.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어서 가능성을 좋게 본다. 대구경북의 변화를 잘 담아냈다고 평가한다.

최경철 서울 정경부장

정리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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