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큐레이터 노유진의 음식이야기] 팬데믹 그리고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변화

입력 2020-06-08 16:30:00

우리는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먹거리가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두 가지 명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처럼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이 발생하니 답은 바로 보였다.

우린 생존을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이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빠질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식료품 가게에서 음식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식량 확보를 위한 전쟁이 시작된 듯 사람들은 살기 위해 식료품을 사재기했다. 한 번의 경험이지만 나도 그랬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을 무렵 입소문을 타고 괴소문이 퍼졌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트로 가서 한 달 치 식량을 확보해 두는 일이었다.

다행히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이나 아직까지도 우리 집 다용도실에는 그때 구입한 라면과 즉석밥 그리고 각종 캔류 가공식품이 있지만 그 당시엔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비상식품이 든든함과 위안을 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집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동안 소비가 줄어서 고민이었던 쌀 소비량은 증가했다. 외식이 잦았던 일상식은 집에서 직접 해먹는 사람들이 증가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바쁜 일상의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태도 변화, 그것은 팬데믹이 우리들에게 준 작은 선물같이 느껴진다.

함께하는 이들과 같이 만들어 먹는 일상식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과 유대감이 바로 그러하다.

2009년을 기점으로 인터넷 1인방송이 성행하면서 "먹방"과 "쿡방"의 열기는 마치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과장되고 음식물 섭취 행위를 오락으로 구경거리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사람들은 좀 더 자극적이고 더 많이 먹는 행위에 집중을 했고 음식은 곧 문화라는 말이 무색해지도록 음식의 본질을 퇴색시켜 버리는 듯했다. 또한 최근에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혼밥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또한 사회구성원 간에 음식을 통해 공유되는 동질감과 유대감이 점차적으로 약화되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되기도 했다. 우리의 어린 시절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가족끼리 둘러앉아먹는 밥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식사방법과 예절을 통해서 성숙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은 찾아보기가 드물어졌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둘러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자연적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 영향까지도 고스란히 담아 시대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여 끊임없이 분화되고 변화하며 빠르게 진화되어온 음식은 가장 역사적이고 가장 문화적인 산물이 아닐까를 생각해본다.

우리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은 중요한 수단이 되어왔다. 수단의 본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서 목적을 넘어 설수 없음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다시말하면 우리는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므로 그동안 과도하게 음식에 집착하며 과식하거나 폭식했다면 오늘부터는 건강하고 행복한 자신을 위해서 조금씩 줄이고 돈벌이를 위해서 강요하듯이 먹었다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함께 먹고 싶다는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맛에 대한 집착과 불로장생의 효험이 있을 것 같은 과도한 기대 등도 음식이 지닌 본질은 아니다. 그러니 이번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느꼈던 직접 해서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이 주는 소소하고 따뜻한 즐거움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다시금 깨달으며 오늘 행복한 당신을 위해 무엇을 먹을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해보자.

노유진 푸드큐레이터 youjin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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