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뉴노멀

입력 2020-06-09 12:59:40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예약이 몇 시인데 아직 봐주질 않는 거죠", "앞에 몇 명 남았나요", "이럴 거면 예약을 왜 하는 거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했던 외래진료가 밀려든 환자로 모처럼 북적거렸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외래 환자들의 진료 지연에 대한 항의가 마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과연,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해 한풀 꺾인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일 기준으로 2만 명이 넘는 신규확진가 나왔고 누적환자 180만 명, 누적사망자 10만 명이상을 기록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에서 유일한 전염병도 최악의 전염병도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석학들은 어쩌면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경고를 했다. 즉, 새로운 일상인 '뉴노멀'(new normal)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대유행은 언제나 인류의 역사를 새로운 문명으로 안내해왔다. 14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사망한 흑사병은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시대로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이루어냈다.

16세기 대항해 시기 스페인 함대와 함께 멕시코계곡에 상륙한 천연두는 단 2개월 만에 대도시 테노치티틀란의 인구 25만 명 중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가장 최근인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럽인구 약 5천만 명에서 1억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21세기 이후 유행한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바이러스는 이전과는 달리 비교적 적은 희생자를 내고 종식되었다. 이것은 운 좋은 일시적인 승리가 아니다. 감염병이 대유행을 하기 위해서는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운 좋게' 전파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인류가 이루어낸 성과는 감염병과 달리 운이 아니라 과학에 기반하고 있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지식 축적은 신약과 백신 개발로 이어져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과학적 성과를 수용한 인류의 인식 전환과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아야 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기존 질서와는 다른 '비대면(untact) 사회'로 빠르게 이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업무, 교육, 쇼핑, 교통 등 많은 분야에서 비대면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초기의 혼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한때 '코로나 블루'로 과거 대면사회의 추억에 젖어 달라진 일상에 우울해 하기도 했지만 이제 '뉴노멀'은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화성에 식물을 심겠다"던 기업인 일론 머스크는 불가능하다고만 했던 최초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 X'의 '크루 드래건'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켰다. 21세기 인류가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한 대사가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