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을 잡(JOB)아라
"그냥 빡빡 밀어주세요" 사람 머리카락을 자르러 미용실에 가도 2만 원이 채 들지 않는데 강아지 미용에 8만 원이라니.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시작하며 겪은 문화 충격이 하나 있다. 바로 '놀라운 애견 미용의 세계'. 개털 깎아 놓은 모양에 무슨 컷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며 또 그 가격은 어찌나 무시무시한지. 심지어 빡빡 미는 스타일이 싼 것도 아니다. 목욕비도 있고, 털이 엉켰다고 추가 비용을 받는단다. 결국 3만 원. 하지만 미용을 마친 반려견의 모습을 보자 아차 싶었다. 작고 가느다란 몸통과 다리는 보기만 해도 안쓰럽기 짝이 없고 주둥이 털이 다 빠진 아이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이기까지 했다. 털과 함께 귀여움도 깎여 나간 것이다. 하긴, 개들도 머리빨이란게 있을텐데.


◆"알고 보면 비싸지 않아요" 이유있는 가격 책정
"미용사가 기자님 겨드랑이 털까지 잘라주던가요? 애견 미용사는 손님 항문 털까지 관리한다구요!" 돈 때문에 3mm 반삭을 감행했던 기자는 다운 씨의 호통에 머쓱해진다. 김다운 씨는 달서구에서 반려동물 미용실 '타임투그루밍'을 운영 중이다. "저랑 몇시간만 같이 있으면 애견 미용비가 왜이렇게 비싼지 알게 되실거에요" 복슬복슬한 털이 매력적인 비숑 프라제가 이날 첫 손님이었다. 비숑은 오자마자 목욕실로 연행 됐다. 애견 미용의 첫 관문은 목욕. 잔뜩 엉키고 기름진 개털을 샴푸로 여러 번 감기고, 빗질하고 말려야 한다. 목욕이 끝나면 발톱 관리, 생식기 털 제모, 귀청소, 항문 낭 제거 등의 과정이 이어진다. "털만 잘랐다면 사람 미용비만 받았겠죠. 반려동물 미용은 전신 관리입니다"
비숑 손님의 주문은 '귀툭튀컷'. 기존 머리통에서 사이즈를 조금 줄이고 귀를 튀어나오게 하는 스타일로 요즘 견주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변신의 장본인 비숑은 정작 미용에 관심이 없다. 이리 저리 소리 나는대로 머리를 움직여대는 탓에 다운 씨의 가위질도 방향을 바꿔가며 바삐 움직인다. 반려동물은 사람 손님처럼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는 발톱으로 긁기도, 운이 더 나쁠 땐 무는 경우까지 생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시는데, 물려도 아프지 않을 두꺼운 장갑을 끼면 그만큼 손의 감각이 떨어지게 돼 반려동물을 테이블에서 놓치거나 기계나 가위에 동물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 쉬워요"


◆안전한 미용 원한다면? 미용사·견주 협력이 중요
3시간 만에 겨우 미용이 끝났다. 두상을 따라 반듯하게 깎인 털 덕분에 비숑의 귀여움은 배가 됐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품에 안은 견주는 기분이 마냥 좋지 않다. 사람 욕심에 아이를 혹사시킨 건 아닌가 기자도 생각이 많아진다. 울음소리와 고함, 때로는 핏자국까지 난무한 애견 미용의 세계. 얽히고설킨 이 세계의 열쇠는 의외로 견주가 꽉 쥐고 있다. "평소 귀찮다고 빗질이나 눈곱 정리, 목욕 등을 소홀히 하면 반려견 입장에선 미용실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낯설 수밖에 없어요" 미용실에서 싫어하는 일을 한꺼번에 겪는 반려동물은 당연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이 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미용을 마치는 데에는 반려인의 평소 관리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미용사의 숙련된 기술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애견미용에 자연스레 관심이 많이 갔던거 같아요 조금 더 빨리 배우고 싶은 맘에 고등학교도 애완동물 학과 쪽으로 진학했어요" 다운 씨 가게는 사나운 손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마개나 넥카라 같은 미용보조기구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미용 시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에 강아지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변할 때를 포착해서 그 원인을 찾은 뒤 해결하고 미용을 진행한다. 그렇다보니 안전함은 당연하고 대부분 동물손님은 스트레스 없이 미용을 마치고 돌아간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요" 보이는 애견 미용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비숑 손님을 배웅하는 다운 씨 얼굴에 서운함 비친다. "잠깐 만났지만 내 반려동물이란 마음으로 미용하다보니 헤어질 땐 이렇게 또 섭섭해요 (웃음)" 하지만 진심은 가끔 곡해 되기도 한다. "전에 근무하던 미용실은 밀폐형이었는데 '우리 애 때렸냐'는 질문을 일주일에 두 세번꼴로 들었어요. 미용 후 많은 강아지가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데 견주들은 그게 때려서 그런게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더라고요." 반려인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미용을 하다 보니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저런 오해가 싫어 다운 씨는 보이는 미용실을 개업했다. 가림막과 밀폐된 공간이 없어 강아지가 미용하는 모습을 언제든 볼 수 있다. 불안감을 떨친 견주들의 만족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대신 미용실 내부에서 기다리는건 금지다. 미용 받는 반려동물이 주인을 보고 흥분하거나, 자리를 이탈하려는 순간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애견 미용을 공부하면서 강아지를 강제로 미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강아지가 원치 않는데 억지로 미용을 하려 하면 물거나 주저앉거나 싫다는 표현을 확실히 하죠. 강아지와 교감하며 서로가 행복한 미용을 할 수 있는 미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박스〉 애견 미용사가 알려주는 반려동물 기본 관리법
▶목욕 (주 1회 혹은 10일에 1번)
솜으로 귀를 막아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준 뒤 몸에 샴푸가 남아있지 않게 깨끗이 씻겨준다. 사람과 강아지의 피부 지수(PH)가 달라 강한 세제는 강아지들의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 꼭 강아지 전용 샴푸나 비누로 씻겨라.
▶빗질 (1일 1~2회)
털이 난 방향의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뒤에서 앞으로 살살 빗겨라. 빗 끝에 걸리는 게 없으면 빗질이 끝났다는 신호다. 빗질을 자주 해주면 강아지 피부에 좋은 유분이 골고루 퍼져나가 피모 건강에 좋고, 피부를 마사지해줘 건강한 모질로 만들어 준다.
▶발톱 (월 1~2회)
강아지 발톱을 잘라주지 않으면 휘어지거나 동그랗게 말려서 자라기 때문에 잘못하면 발톱이 살을 뚫고 들어가 염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혈관을 피해 2mm 정도 여유를 둔 상태에서 사선으로 잘라라. 빛을 발톱에 비춰보면 혈관이 더 잘보인다.
▶항문낭 (월 1회)
강아지들은 항문 입구에서 나는 냄새를 통해 다른 강아지들에게 자신을 알리는데, 정기적으로 항문낭을 짜주지 않으면 역한 냄새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항문낭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항문을 잡고 짜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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