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지난해 10월 말 서울에서 지인 10명을 모시고 자칭 '선비길'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토·일 1박 2일로 경북 북부 지역을 여행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 영주 무섬마을에서 우리 선비들의 생활상을 본 데 이어 오후에는 소수서원을 찾아 '기폐지학 소이수지'(旣廢之學 紹而修之)라는 소수의 의미를 새기고,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떨어지는 낙조를 보았다.
그리고 순흥 선비촌에서 1박 후, 안동 도산서원으로 가서 아플 때 매화분을 치우게 한 이황 선생의 깨끗함과 절개를 듣고, 석주 이상룡 선생의 임청각 방문으로 여행은 끝났다.
여행의 끝에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여행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 볼거리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정신적인 품격 함양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후에 각자 그 코스 그대로 지인들을 데리고 왔었다고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들은 지방 소멸, 인구 소멸의 키워드에 몰입해 어떻게든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지자체마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는 지방의 문제를 한마디로 쉽고 누구나 공감하게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지방의 문제를 정주 인구, 특히 가임 여성 인구의 문제로 좁게 해석하게 함으로써, 지자체들 간 인구 유치 경쟁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과연 정주라는 문제가 단위 개별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한다.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를 만든 일본도 이 단어가 가지는 한계를 깨닫고, 지방의 문제를 정주가 아닌 이동의 시각으로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8:25:81'이라는 공식이 있다.
일본의 경우 지방 인구 1인이 감소하면 1년간 그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재화의 감소가 연간 1천250만원이라고 한다. 이것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구 1인을 다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해외 관광객 8명이 지역에서 1박을, 국내 관광객의 경우는 25명이 1박을,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국내 관광객 81명이 다녀가면 인구 1인이 줄어든 1천250만원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 전국 11개의 광역관광 주유 루트를 지정, 수도권에 편중된 점(点)으로 된 관광지를 선(線)으로 이어 지방 관광을, 이동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2015년 1천974만 명, 2017년 2천869만 명, 2018년 3천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4천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경험 소비가 소유보다 소비자의 행복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한다.
이동을 통한 경험 소비의 확대가 소유하면서 사는 정주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더욱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제 지방 소멸의 문제에 대한 답은 어떻게 이동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방문했던 지인들도 무섬마을, 소수서원, 부석사를 각각 점으로는 방문했지만 이렇게 하나의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박 2일로 돌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얘기했었다. 대구경북의 통합 위에, 끊어졌던 점들을 선으로 연결하듯, 광역관광 루트를 만드는 것이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그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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