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 야당에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마라'고 한 데 이어 급기야는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3일 통합당 초선 의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 따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또 '현금 복지'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주냐 안 주냐를 따지지 말고 국민이 원하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의 책임과 사회적 부조의 조화로운 결합이라는 보수의 정신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소리다. 만약 김 위원장의 이런 생각대로 통합당의 정강과 정책이 수정된다면 통합당은 더 이상 정통 보수 정당이 아니라 보수도 진보도 아닌 기회주의적 정상배 집단밖에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포퓰리즘이다. 그 폐해가 너무나 커 초등학생도 그쯤은 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했다는 인사가 대놓고 '그런 것을 따지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한다. 판단력이 정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망친 세계 각국의 포퓰리스트도 스스로 포퓰리스트라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포퓰리즘은 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포퓰리스트를 자임한다. 수치심도 팽개친, 표를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는 천박한 '실용주의'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려면 김종인은 필요 없다. 그가 아니라도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면 그 종점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그리스가 이미 보여줬다. 1981년 집권한 그리스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당수는 총리 취임과 동시에 내각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해줘라"고 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김 비대위원장의 말은 그리스처럼 국가 부도의 길을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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