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정부
지역 국회의원들은 고부가 산업의 수도권 쏠림 우려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극심한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근 유턴 기업(리쇼어링: 외국에 투자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제조업 기반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유턴 기업 지원 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해외 시장을 포기하면서 돌아오려는 기업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구자근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갑)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김영식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을)은 한국형 리쇼어링을 추진한다. 김 의원은 "지방 산단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K-리쇼어링 정책 입법화를 위해 지역구 의원들과 손잡고 정책 연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국회에 처음 입성한 구미 지역 국회의원 2명이 유턴 기업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구미가 처한 어려움이 있다. LG전자는 최근 구미 TV 생산 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 TV 공장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구미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가 수도권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은 부인하지만 이미 그룹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다소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구미산단 내 IT·가전용 소재 개발업체 아주스틸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복귀 기업 인증을 완료했다. 신규 투자 지역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스틸은 임직원 290명, 매출 4천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공장을 철수해 국내로 유턴하는 건축물 내장재 생산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를 90% 정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주스틸처럼 중국·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구미산단 내 상당수 기업들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다면 국내 유턴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획기적인 규제 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이 유턴의 어려움 중 하나로 인건비 부담을 들고 있는데, 아주스틸처럼 스마트팩토리를 지원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턴 기업 지원책은 기업 유치의 작은 불씨나마 지피려는 비수도권 지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입지·시설투자·이전비용 보조금을 비수도권은 2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수도권은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
김영식 의원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영역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비수도권을 더욱 소외시키고, 수도권을 더욱 살찌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
비수도권 지역들이 한목소리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여당 어디에서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더 가관은 정부가 유턴 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사실상 공장총량제 해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유턴 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언급까지 한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라는 알맹이는 쏙 뺀 채 진행 중인 '혁신도시 시즌 2'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여당에 과연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 균형발전은 책상 밑에 붙여둔 씹다 버린 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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