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세인트 테레사 지음/ 앤서니 스턴 엮음/ 이해인 수녀 옮김/ 판미동 펴냄
한 여인이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인에게 아이가 굶고 있으니 빵을 기부해주십사 청했다. 이 주인은 여인에게 나가라고 호통치고 침을 뱉으며 모욕을 주었지만 여인은 다시 한 번 주인에게 사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가 울컥하는 마음에 "굴욕스럽지 않으시냐"고 묻자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빵을 구하러 왔지, 자존심을 구하러 온 게 아닙니다."
남들이 '가난한 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말할 때도 "가난한 내 이웃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다. 나는 그들에게 물고기를 주겠다"고 말한 여인. 이 여인은 세인트 테레사(마더 테레사)다.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로 불린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를 기념하여 테레사 수녀의 묵상집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가 재출간됐다. 1999년 국내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천사를 수록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천사에서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향해 베푼 자비는 '모든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으며 그녀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녀가 사람들에게 건넨 미소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달하자"고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마더 테레사의 두 번째 기적을 인정하고, 그녀를 성인으로 추대한 바 있다. 가톨릭 성인이 되려면 두 개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아야 한다.

"여러분과 나는 고귀한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되었습니다…그 위대한 목적이란 곧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이 아닐는지요."(p.60)
테레사 수녀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한다. 사람은 종교, 교육 수준, 신분, 처해 있는 고통이 다르지만 모두 차별 없이 사랑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으로, 더 많이 사랑하려는 순수한 열망으로, 지금 이 순간 기도하십시오. 사랑받지 못한 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려는 열망을 지니십시오." (p.116)
아울러 테레사 수녀는 기도야말로 자신을 비롯한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시작임을 강조하며, 사랑의 기쁨, 희생과 봉사의 소중함, 기도하는 마음 등 인류의 공통 가치를 잔잔하게 전파한다.
특히 아프고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야말로 종파를 떠나 모든 사람을 향한 기도가 필요한 순간임을 역설한다. 그녀는 책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당신이 할 수 있고,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할 수 있기에 서로 보완해 나간다면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건넨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도란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기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테레사 수녀는 종교를 초월해 모두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그것'을 기도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엮은 앤서니 스턴 역시 일상생활에서 초월적인 힘이 있는 어떤 큰 존재를 가리키는 데 적당한 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신'을 그 단어로 바꾸어 사용해도 좋다고 말한다.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이해인 수녀가 번역을 맡았다. 이해인 수녀는 "요즘처럼 안팎으로 힘든 때일수록 기도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며 독자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212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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