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과 구리가 만나 더 강하고 더 탄력있는 금속소재 탄생…포스텍 등 공동연구팀 개발

입력 2020-06-04 16:14:04

포스텍 김형섭 교수
포스텍 김형섭 교수

"더 단단하게, 더 탄력있게"

더 강하면서 잘 늘어나는 합금개발의 숙제를 안고사는 산업현장에 국내 연구진이 답을 던졌다.

포스텍(포항공대) 김형섭 교수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 공동연구팀은 '합금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고엔트로피 합금'을 만드는 새로운 설계방식을 개발했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주된 금속에 보조원소를 더하는 일반적 합금과 달리, 주된 원소 없이 여러 원소를 비교적 동등한 비율로 혼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때문에 이론상으로 만들 수 있는 합금의 종류는 무한대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합금 원소의 종류 및 함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합금의 강도·연성·내식성·전자기적 및 열적 특성 등에 한계없이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동일한 형태로만 제작할 수 있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데 코발트나 크롬 같은 비싼 원소를 첨가해야 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고엔트로피 합금은 균일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역이용했다.

합금 내부의 구조나 형상이 위치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가지는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이 더 단단하고 더 연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선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진 철과 구리를 기반으로 각각 분리된 두 영역을 만든 뒤 이를 모두 합치게 할 수 있는 몇몇 원소를 첨가해 전체소재의 엔트로피를 높였다.

이런 방식으로 설계된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은 철의 연성과 구리의 강성을 함께 가지면서 기존 스테인리스강 보다 1.5배 더 단단한 인장강도를 보였다. 또 철과 구리 등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소재를 절삭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기존 스테인리스 강보다 20배 줄었다.

절삭시간 단축으로 가공비용이 줄어든데다 철과 구리에 알루미늄이나 망간 같은 저가의 원소를 조합할 경우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보다 3~10배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김형섭 교수는 "고강도·고연성·고가공성을 가진 고엔트로피 합금의 개발은 산업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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