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잘 먹어서 위험한 질병. 담낭질환

입력 2020-06-02 18:30:00

식욕부진과 구토, 기력저하로 내원한 또야(포메라니언·10살)의 입원 당일 모습과 X-ray 검사(오른쪽 사진)에서 담낭의 확장이 두드러지게 관찰되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식욕부진과 구토, 기력저하로 내원한 또야(포메라니언·10살)의 입원 당일 모습과 X-ray 검사(오른쪽 사진)에서 담낭의 확장이 두드러지게 관찰되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또야(포메라니언·10살)가 애잔한 눈빛으로 힘없이 내원했다. 평상시 활달하고 항상 웃는 표정의 또야였는데 병원에 온 당일은 한 없이 슬퍼보였다. "10년 평생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예요."

보호자는 또야가 잘못먹어 탈이 났나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는 의외로 심각했다. 담즙성 복막염이었다. 담낭점액종(Gallblader mucocele)이 만성화되면서 담낭벽이 두터워지고 변성돼 담즙이 누출되면서 주변 간조직을 손상시키며 담즙성 복막염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야의 초음파검사. 담낭점액종(Gallblader mucocele)이 만성화된 상태로 관찰되며 주변 간조직의 변성과 장간막의 유착이 의심됐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또야의 초음파검사. 담낭점액종(Gallblader mucocele)이 만성화된 상태로 관찰되며 주변 간조직의 변성과 장간막의 유착이 의심됐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또야는 수술 후 입원기간 동안 저혈압관리, 집중 산소공급, 항생제 처방, 전해질 교정, 통증관리가 이루어졌다. 8일 간의 집중 입원 치료를 받은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당일 보호자 품에 안기며 해맑게 웃는 또야를 잠시 떼어두고, 보호자분들에게 가정관리와 앞으로의 예후에 대하여 진지하게 설명을 드려야했다.

또야는 앞으로 많이 먹어선 곤란하다. 탄수화물, 당도가 있는 과일, 지방이 많은 음식, 개껌과 간식은 피하여야 한다. 배변의 상태를 매일 관찰하셔서 소화상태를 체크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소화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체중을 줄여야 하고 수분섭취를 늘려 맑은 소변을 보게해야 한다.

(윗사진)또야의 입원 8일 차 퇴원 전의 모습, 스스로 식사를 하고 활력이 좋아지며 한껏 밝아진 표정이다. (아랫사진)혈액검사에서 수술 전 현저히 상승한 간수치(ALT,AST)가 수술 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윗사진)또야의 입원 8일 차 퇴원 전의 모습, 스스로 식사를 하고 활력이 좋아지며 한껏 밝아진 표정이다. (아랫사진)혈액검사에서 수술 전 현저히 상승한 간수치(ALT,AST)가 수술 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담낭은 간에 위치하며 지방을 소화시키는 소화액(담즙)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십이지장으로 담즙 분비를 조절하며 지방 소화를 도와주는 기능을 맡고 있다. 담즙은 소량이라도 복강으로 누출되면 주변 장기를 녹이고 심각한 담즙성 복막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담낭 벽은 매우 치밀하고 탄력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지혈증, 과영양화 등으로 답즙이 농축되고 침전화되어 담낭슬러지(찌거기)가 형성되면 이것이 굳어져 담석으로 발전하거나, 일부가 십이지장으로 나가는 도관을 막거나, 담낭벽이 변성되고 두터위지는 담낭점액종으로 악화될 수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소화불량, 구토, 복통, 설사 등이 자주 관찰된다. 보호자가 구토와 설사 증상을 문의하며 내원하지만 이미 담낭질환이 악화되어 췌장염과 복막염이 진행된 경우가 자주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혈액검사, Xray, 초음파,CT 검사 등을 통해 감별 진단이 이루어지며 담낭파열, 담낭점액종, 담즙 누출로 인한 복막염이 확인될 경우 담낭적출과 복강 세척을 위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담즙이 지방을 소화시키는 소화액이기 때문에 복강으로 누출될 경우 단시간에 광범위한 복강내 조직들을 괴사시키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회복이 힘든 경우들이 많다.

또야의 수술과정을 촬영한 사진. (윗 사진)담낭 주변의 간조직과 장간막의 유착이 확인되었다. (아래사진)수술 후 적출된 담낭을 절개 해보면 벽이 두터워보이지만 쉽게 으스러지는 담낭벽의 변성(Gallblader mucocele)이 관찰된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또야의 수술과정을 촬영한 사진. (윗 사진)담낭 주변의 간조직과 장간막의 유착이 확인되었다. (아래사진)수술 후 적출된 담낭을 절개 해보면 벽이 두터워보이지만 쉽게 으스러지는 담낭벽의 변성(Gallblader mucocele)이 관찰된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사람의 경우는 담석증이나 담즙성 복막염으로 인한 통증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한다. 그 만큼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통증을 호소하기 보다는 위축되어 몸을 웅크리며 숨으려는 경향이 많다. 보호자가 조기에 그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이유다.

담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식이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이 중요하다.

간식과 개껌, 과일, 탄수화물(고구마, 밥, 빵)을 자주 주는 것은 반려견의 영양과잉을 초래하는 주 원인이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만 활동량이 줄어드는 2살 부터 담낭슬러지 형성이 시작될 수 있다. 사람의 40대에 해당되는 6살 정도의 반려견에서도 건강검진을 통해 담낭슬러지가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활동에너지가 줄어든 만큼 사료만 먹어도 체증이 증가하는 경향과 비례한다.

이미 형성된 담낭슬러지를 약으로 배출시키기는 쉽지 않다. 검진을 통해 담낭슬러지, 담낭확장, 단도관염, 담낭점액종이 진단되었다면 식사는 감량시키고 물섭취는 증가시키는 것이 가장 유효한 관리법이다. 사람의 혈전 환자나 고지혈증 환자들이 식이관리를 중요 시 여기는 이유와 같다.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3~6개월 간격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언제라도 담낭 내 슬러지가 담도관을 막거나, 담낭파열과 담즙누출로 인한 담즙성 복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를 받은 반려견은 식욕부진, 구토, 소화불량 증상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또야의 경우 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살찐 반려견, 고기나 간식을 편식하는 반려견, 구토가 자주 관찰되는 반려견, 헛배가 부르고 방귀를 자주 끼는 반려견일 수록 주의를 요한다. 또 6세 이상의 반려견은 1년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담낭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병이 많아졌다. 식사는 가난하게 물은 충분히 섭취시키는 식단이 반려견 건강에 도움되는 시대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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