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미래는 현재보다 밝다"

입력 2020-05-31 10:23:59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NASA 비행사 2명 탑승 '크루 드래건' 발사
9년 만에 미국 땅서 유인우주선 발사…참관 트럼프 "시작에 불과"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7일(현지시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싣고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를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 시대를 열어줄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발사는 이날 예정 시간을 16분 54초 남겨둔 채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7일(현지시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싣고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를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 시대를 열어줄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발사는 이날 예정 시간을 16분 54초 남겨둔 채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이 30일(현지시간)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은 9년 만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0)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이날 오후 3시 22분(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31일 오전 4시 22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렸다.

민간기업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으로, 민간 우주탐사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루 드래건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은 이날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대로부터 굉음을 내며 떠나 우주로 향했다.

39A 발사대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역사적 발사대다. 이곳 발사대는 인류 최초에 이어 민간 최초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스페이스X는 화물 운반용 우주선을 유인 우주선으로 개조해 크루 드래건을 제작했다. 최대 수용인원은 7명이지만 이번에는 우주비행사 2명만 탑승했다. NASA 소속 우주비행사인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이다.

두 사람은 모두 NASA의 우주왕복선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헐리는 크루 드래건 발사와 귀환을, 벤켄은 도킹 임무를 각각 담당한다.

이 중 헐리는 2011년 7월 미국의 마지막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에 탑승한 뒤 9년 만에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첫 유인 비행을 맡아 진기록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4번째)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왼쪽 2번째) 부통령이 부부 동반으로 27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도널드 트럼프(왼쪽 4번째)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왼쪽 2번째) 부통령이 부부 동반으로 27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리는 장면을 참관하기 위해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루 드래건은 발사 12분 만에 추진 로켓을 모두 떨어뜨리고서 ISS로 향하는 궤도에 올랐다.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31일 오후 11시) 지구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은 기존의 우주선과 달리, 전적으로 자동운항한다. 테슬라 전기차처럼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되도록 만든 차세대 우주선이다. 기내 기온은 섭씨 18∼27도로 유지한다.

우주비행사들은 크루 드래건 좌석에 맞게 제작된 날렵한 형태의 우주복을 착용했다. 탑승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이들은 '나사 특유의 우주선보다 좀더 현대적 패션'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은 ISS 안착에 성공할 때 짧게는 1달, 길게는 4달까지 ISS에 머물며 연구 임무 등을 수행한다.

이번 발사로 미국의 우주항공 기술력이 다시금 세계적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NASA는 이번 발사와 관련해 "미국의 우주인을 미국 로켓에 태워 미국 땅에서 쏘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은 앞서 2011년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자국 우주비행사를 실어 우주로 보낸 바 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봐라, 미래는 현재보다 밝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늘의 발사가 세계에 영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데모-2'로 명명된 이번 비행의 임무는 크루 드래건과 로켓이 승객을 안전하게 태우고 우주를 다녀올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크루 드래건이 무사 귀환하면 NASA와 스페이스X는 이번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이 우주선이 최대 4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정기적으로 ISS로 다녀올 수 있도록 인증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첫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 장면 참관 전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의 발사 현장을 찾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한 발사 연기로 발걸음을 돌렸다. 연합뉴스

이날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 장면을 참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감탄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를 본 뒤 "믿을 수 없다(incredible).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비행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간 영역에 우주인 비행을 위임하기로 한 NASA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스페이스X에 대해서는 '2002년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이 회사를 세우면서 시작한,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여정의 절정'이라고 평했다.

이날 크루 드래건 발사는 한 차례 연기된 뒤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스페이스X와 NASA는 당초 27일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하늘에 짙은 뇌운이 끼는 등 기상 문제로 발사 예정 시간을 16분 54초 남긴 채 카운트다운을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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