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로나 고위험군 '흡연자'…금연 미루지 마세요

입력 2020-06-02 14:14:05 수정 2020-06-02 20:36:55

나홀로 담배 끊기 성공 확률 5% 이하…약물·행동요법 병행 20~60% 높아져
금연 1년 관상동맥 질환 위험 반토막…5년 유지 뇌졸중 걸릴 확률 줄어들어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추가했다. 흡연자의 경우 폐기능의 저하가 올 확률이 높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흡연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코로나19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임신부, 당뇨병·심부전·호흡기·암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투석 중인 경우였다. 흡연자를 만성질환자와 동일한 위험 수준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5월 31일을 '세계금연의 날'로 지정,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강도 높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주도 하에 금연치료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병의원의 진료 상담료 및 약제를 지원하고 있다.

◆금연 1년만 지나도 질병 발생 위험 낮춰

국민건강영양조사(2018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2.4%로, 1998년 35.1%에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남성 흡연율은 20년 전 66.3%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 남성의 흡연율(31.6%)은 OECD 주요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흡연의 유해성분 중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7천여종의 화학물질과 70여종의 발암물질이다. 아스팔트의 성분인 타르와 벤조피렌 등 발암 물질과 니켈, 크롬,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 인체 조직에 산소 공급을 방해하는 일산화탄소가 이에 속한다.

이로 인해 흡연자들은 뇌혈관 및 심혈관계 질환, 각종 악성 종양 및 호흡기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5배나 높고,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1 이상이 흡연이 원인이다.

금연이 중요한 이유는 '예방 가능한' 방법임과 동시에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흡연을 한 사람들도 되도록 빨리 금연을 하면 이들 질병 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연 후 1년이 지나면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5년이 지나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비슷할 정도가 된다. 또 금연 10년이 지나면 폐암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감소하며, 15년이 지나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된다.

◆약물, 행동요법 병행하면 금연 성공 60%까지

금연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니코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단 증상으로 힘들어 한다.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거나, 금연 장소에서 견디기 힘든 사람은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다.

또한 니코틴은 심리적으로도 의존성이 강하다. 흡연자들은 스트레스, 불쾌감, 분노, 우울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 니코틴에 의존한다. 만약 '담배 없이는 살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심리적인 의존이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에 개인 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경우는 5%이하며, 약물이나 행동요법의 도움을 받아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약물이나 행동요법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 성공률이 20~60%까지 높아지게 된다.

금연치료 보조제로는 바레니클린(챔픽스)과 부프로피온이 있으며,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대신 결합해 니코틴과 비슷한 효과를 내게 되어 금단 증상과 흡연 욕구를 줄여주게 된다. 부프로피온은 항우울제로도 사용되어지는 약으로, 금단 증상을 완화시켜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

금단증상은 1주 이내 최고조에 이르고 2~4주 동안 지속된다. 여러 금단 증상 중 우울 및 집중력 장애 등은 4주 이내에 정상수준으로 회복하지만, 흡연에 대한 갈망은 상당 기간 지속되며, 개인에 따라 수개월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4박5일 입원 금연지원센터 프로그램도

금연이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흡연 충동이다. 흡연 욕구를 미루는 것이 금연의 절대적 방법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는 대개 3~5분 정도 지속되므로 흡연욕구가 생길 때에는 그 욕구가 사라질 때까지 일단 기다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주변에 견과류, 과일 또는 무가당 껌 같은 담배 대용품을 가까이 두어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흡연 충동이 생기면 양치질을 하거나, 샤워하기, 심호흡을 깊이 하는 것도 욕구를 줄일 수 있다.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본인 의지만으로 금연이 어려우면 보건복지부에서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 금연지원센터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연캠프에 참석하면 4박 5일간 병원에 입원하여 폐CT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금단증상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약물처방, 금연교육, 전문 심리상담, 영양관리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 중에 '딱 한 개비는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혹시 금연에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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