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지 말고" 생애 첫 등굣날 '안쓰럽고 대견'

입력 2020-05-27 17:50:22 수정 2020-05-27 22:12:15

초1, 중3 등 등교 수업 첫날…등하굣길, 걱정하는 학부모 인산인해
4부제 등 등교 인원 분산하거나 가정학습 신청받기도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들안길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이 학부모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들안길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이 학부모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차 등교일인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도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거리를 두고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등교일인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도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거리를 두고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절대 벗지 말고 계속 쓰고 있어야 돼. 잘할 수 있지?"

27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천초등학교 교문 앞은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학부모들로 붐볐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학부모들의 당부를 귀담아 들었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교문 안으로 들여보내고도 한참을 지켜봤다. 생애 첫 등교하는 자녀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27일 생애 첫 등교하는 동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입학식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는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동천초 교사들이 간소한 입학식 이벤트를 마련했다. 변선진 기자
27일 생애 첫 등교하는 동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입학식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는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동천초 교사들이 간소한 입학식 이벤트를 마련했다. 변선진 기자

◆학급 인원 나눠서 등교

이날 동천초는 등교 인원 4부제를 적용해 한 학급당 대여섯 명만 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이정숙 동천초 교장은 "1, 2학년의 등교시간에 차이를 두고, 담임교사와 부담임교사가 역할을 나눠 학생 지도를 맡아 혼잡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하교시간 20분 전인 정오쯤부터 학교 밖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였다. 담임교사가 하굣길 지도를 맡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1학년 학생 5명을 일정 간격의 대형으로 만드는 데 5분 가까이 걸렸다.

같은 날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도중학교에도 파란색 실내화 주머니를 든 3학년 학생들이 교문으로 들어섰다. 학생들은 오랜만에 보는 교사들에게 씩씩하게 인사하거나, 주먹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특이하게도 학생들은 거리를 유지하며 일렬로 서서 운동장을 한바퀴 돈 뒤 현관으로 향했다. 학생 지도를 하던 교사는 "1, 2학년 등교로 인원이 많아지면 교문에서 등교 정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고안한 등교 방법"이라고 했다.

교실도 간격 확보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책상마다 가림막이 설치된 건 물론 좌석도 바로 앞과 옆 자리는 비웠다. 학생 모두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만 앉을 수 있었는데 지그재그 형태였다. 3학년 11반 도은지 담임교사는 "오늘은 반 전체 인원의 절반만 등교하고, 나머지 인원은 같은 내용의 수업을 원격으로 듣는다"고 설명했다.

점심은 컵밥 형태의 간편식이 제공됐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치킨밥과 김, 삼색과일, 카스테라 등이 교실로 배달됐고 학생들은 각자 자리로 간편식을 가져다 먹었다. 류연성 군은 "오랜만의 등교라 많이 떨렸다. 제약이 많지만 온라인 수업보다 집중이 훨씬 잘됐다"고 말했다.

27일 동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변선진 기자
27일 동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변선진 기자

◆등교 당일 가정학습 신청 빗발쳐

이날 등교 수업은 매뉴얼대로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대체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모(44) 씨는 "등교 중지한 학교도 있고 등교하는 날도 다 달라 정신이 없는데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 싶다"며 "지역 초등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가정학습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동천초에 따르면 이날 1~2학년 등교 인원 132명 중 27명은 가정학습을 신청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날 등교시간 전에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가정학습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애남 동도중 교감은 "만반의 준비를 기울였는데 인근 고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마음이 편치 않다"며 "학생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이 크지만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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