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미 작곡가
시간이 지나는 모든 것들은 1분, 1초를 지나 세월을 쌓아간다.
손끝을 스친 작은 인연도, 나의 인생에 크게 자리잡은 나의 많은 사람들과 지나가며 흘렸던 웃음과 눈물 모두 한 페이지의 역사를 채우며 넘어간다.
마냥 어리기만 한 나의 역사가 제법 두터워지려할 때쯤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엄마의 메시지였다. '저녁은?', '운전조심'. 이라는 짧은 두 문장에 나의 대답 또한 특별하지 않다. 그저 매일 지나다니는 길처럼, 이 순간도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다. 근데 오늘따라 그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침에 불현듯 마주한 엄마의 손, 수십 년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엄마의 주름진 손 때문이었다.
참 이쁘고 고운 손을 가졌었던 엄마의 주름진 손은 아침에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웃을 일이 많아야 하는데 점점 더 바빠지는 난 나의 역사만을 부지런히 채우고 있었고, 그 역사의 책장을 넘기며 가끔, 어쩌면 자주 엄마의 역사를 잊곤 했다.
가끔 대화에서 "너 가졌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경기를 자주해서 늘 응급실로 널 업고 뛰었었지" 등… 나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나의 역사를 엄마는 책을 읽듯이 술술 말씀하실 때면 엄마의 역사에 내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바라본 엄마의 손, 그리고 얼굴은 어쩌면 나의 역사를 채워주느라, 닦아주느라 생긴게 아닐까라는 확신과 함께 울컥하는 감정이 가득 올라왔다. 내가 어른이 되어 그 역사 속에서 빠져나왔을 때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공허했을까.
내 역사의 페이지마다 엄마가 함께하고 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엄마 자신의 역사보다 나의 역사를 만들어주려 노력한 엄마에게 되레 미안해 화를 낼 때도 있었다. 내가 받았던 사랑과 헌신이, 나를 이만큼 키워낸 노력과 세월이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크기라는 걸 알아버린 나이가 되니 그 속상함은 가늠할 수조차 없이 커져버렸다. 속상한 만큼 큰소리를 치던 내가 오늘은 "엄마, 나 키우느라고 손에 주름이 너무 많이 생긴 것 같네" 라고 쭈뼛쭈뼛 말을 건네 보았다. 엄마가 말씀하신다. "엄마는 그래도 너 덕분에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데" 라고. 부끄러웠다. 엄마가 정성껏 가꾸어낸 나라는 역사가 아직은 엄마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는 것 같아서, 지금 내 나이 때 그 젊었던 엄마의 역사를 온통 빌려 써놓고 나의 역사를 쓰느라 무관심 했던 것 같아서 말이다.
내가 힘이 들어 무너지는 것은 내가 살아온 역사가 무너지는 것이자, 엄마의 역사도 무너지는 것이고, 엄마의 세월을 찢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앞으로의 난 더욱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내 역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더욱더 많은 엄마와의 역사도 함께 만들어가야겠다. 나의 인생은 나만의 역사가 아니니까.
엄마의 주름살은 나를 세상으로 이끌어낸 너무도 아름다운 훈장임을 꾸준히 알려드려야겠다.
박성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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