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 검찰 출석…'삼성 합병·승계 의혹' 조사

입력 2020-05-26 10:13:02 수정 2020-05-26 10:17:37

합병 당시 배임·시세조종 의심…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혐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이후 3년 3개월만에 검찰 출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26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 중이다.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조사받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 주고받은 지시·보고 관계를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쯤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해 영상녹화실에서 신문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귀가시간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이에 따라 합병·승계 과정에서 불법이 의심되는 행위들을 각각 기획·실행한 주체를 파악하는 한편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수뇌부가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됨에 따라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은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린 의혹을 받는다.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합병 이후 콜옵션을 1조8천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4조5천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절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한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1년 6개월간 진행된 삼성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는 올해 들어 옛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수 차례씩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의 법적 책임과 가담 정도를 따져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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