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윤 시인
성 착취물 대화방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운영자인 조주빈에 이어서 최초 운영자 문형욱의 얼굴도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수많은 피해자를 노예 다루듯 했던 그들의 범죄행각은 가히 엽기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전 '버닝썬게이트'를 기억하는가. 폭행은 물론이고 경찰과의 유착, 마약, 성범죄, 탈세, 불법 촬영물 공유까지 여러 범죄를 집대성한 사건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불법 촬영물 공유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소리다. 이를 방조하고 함께 즐겼던 사용자들을 선량한 시민으로 볼 수 있는가. 답은 명백한데, 왜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는가. IT강국 대한민국에서 범죄에 가담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여죄를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텐데 여태 미온적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몇몇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법은 상식이어야 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개연성과 객관성을 가질 때 힘을 갖는다. 이를 집행하는 자들이 망설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미적대는 사이 적발되지 않은 유사범죄들은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가지고, 신흥범죄는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가해자를 검거하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경찰서에 들렀더니, 형사과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어머니인듯한 여성이 담당 형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었다. 민원인이 오가는 트인 공간에서 남자에게 여성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 수치심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무지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해줄 만한 배려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식적이지 못한 처우다. '남자니까 그럴 수 있고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은 가해자를 더 당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공개된 문형욱의 얼굴이 앳되어 보여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과 딱 그렇게 생겼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때는 연쇄살인범이 다재다능한 호남형이라고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소위 범죄형 얼굴이란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얼굴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성형 이야기가 아니다. 자주 짓는 표정과 무엇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눈빛이 달라진다. 관상(觀相)으로 운명을 보는 것이 미래의 것이라면, 초상은 현재의 모습이다.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이나, 두 손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불안감을 준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노인들의 초상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그의 인격이라고 믿는 편이다. 지금 어떤 생각으로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서 관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소리다. 처음부터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타고나진 않는다. 어떤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는가에 따라 운명과 함께 얼굴이 바뀌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은 원하는 얼굴을 하나씩 그려가는 일이다. 이를 우리는 우리들의 초상(肖像)이라고 부른다.
김사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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