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 재개발에 결국 밀려나

입력 2020-05-24 18:05:09 수정 2020-05-24 23:18:46

1990년대에는 하루에 수천명 드나들기도…IMF 이후 고미술품 수요 하락
변화 없는 옛거리 관광객 점점 줄고 지난해 재개발 부지로 선정되면서 급변

60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가운데 재개발로 인해 관련 점포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0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가운데 재개발로 인해 관련 점포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0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가운데 재개발로 인해 관련 점포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0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가운데 재개발로 인해 관련 점포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재개발의 파도를 이겨내지 못했다. 1960년대 고미술품 상인들이 하나둘 정착하면서 형성된 고미술거리는 외국인들도 몰릴 정도로 번성했으나 지난해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60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맥이 끊기게 됐다.

대부분 상가엔 빨갛게 '공가'라고 쓰여 있고, 건물에는 곧 철거가 시작될 것을 알리듯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가게들은 비어 있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재개발 부지로 포함되지 않은 고미술품점들도 있지만, 역시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업주의 연락처만 붙어 있다.

상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때는 서울 인사동 거리처럼 명물이던 곳이었다. 고미술품 상인 석모(74) 씨는 "지금은 오는 손님은 없고 아는 동호인들만 방문하고 있다. 함께 해오던 상인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60년을 이어온 고미술거리가 사라지게 돼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천동 고미술거리 일부가 재개발 부지로 선정되면서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떠났다. 변선진 기자
이천동 고미술거리 일부가 재개발 부지로 선정되면서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떠났다. 변선진 기자

외국인도 많이 찾아 고미술품 상인들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일부러 배울 정도였지만 고미술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면서 이제는 특화거리로서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됐다. 지금은 그저 재개발구역일 뿐이다.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곳을 고미술 특화거리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조형물과 안내판만 설치됐을 뿐이다. 실질적인 거리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쇠락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반세기의 전통문화지구 부서지면 끝장이다!'라는 현수막도 이젠 빛 바랬다. 변선진 기자

이런 와중에 지난해 3월 이곳 거리 일부가 재개발 부지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고미술거리의 명맥이 끊어지게 됐다.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조합 측과 건물주와의 개별적 협의가 이뤄지면서 보상이 이뤄졌고 지금은 철거 작업만을 앞둔 상태다.

남구청도 고미술거리 등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추억을 모은 '기억 아카이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곳 거리의 한 고미술품 상인은 "이곳은 이제 상업적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힘들 때 가끔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며 "기억으로 남기 싫다. 기억 아카이브가 아닌 역사적인 거리를 보존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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