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게만 불리한데다 외국인투자자 세력에 악용 지적도
최근 국내 증시가 살아나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나타난 일부 시장 왜곡과 외국인의 매도 행렬을 고려하면 공매도 금지를 조기 해제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코로나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기회에 공매도 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만찮다. 막대한 자금력과 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 주식 시장을 뒤흔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세에 번번히 개미들만 손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시장 회복 도운 공매도 금지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해서 코스피 지수 2,000선을 눈 앞에 두고, 코스닥 지수는 두 달만에 코로나로 인한 충격을 모두 회복하고 700선을 넘어서면서 연중 신고가를 새롭게 쓰고 있다.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은데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인 대확산)을 선언한 이후 급속도로 곤두박질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1,430선까지 밀리고 코스닥 지수 역시 420선이 무너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시장안정을 위해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카드를 내놨다.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하락장에 배팅할 수 없게 된 외국인들은 투매를 이어갔지만, 대신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우리 증시를 떠받쳐 빠른 회복을 이끌었다.
금융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빠른 증시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공매도의 주 타깃이었던 저평가된 코스닥 시장에서 중소형주의 상승이 돋보였다.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이후 두 달 만인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가 저점 대비 무려 32% 상승했고 코스닥은 61%나 뛰었다. 이는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 상승폭을 훨씬 넘어선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스앤드푸어스(S&P)지수는 28% 오르는데 그쳤고, 영국 FTSE100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상승률이 각각 20%에 불과했다.

◆공매도, 손봐야할까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패닉 셀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구나 지금껏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증시 전체 공매도 거래금액 103조5천억원 중 62.8%인 65조원은 외국인 투자자였고, 기관은 37조3천억원으로 36.1%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1.1%로 거래금액이 1조1천억원에 그쳤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에 더 유리하게 형성돼 있는 공매도 투자환경 탓이다. 개인은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증권금융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주식을 대여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주식대차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타 기관의 주식을 빌릴 수 있어 쉽게 공매도에 뛰어들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 악용에 대한 처벌은 관대하다. 미국은 최고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로 공매도 악용 행위에 대해 단호한 처벌을 내리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과태료(행정처분) 뿐인데다 상한마저 1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오는 9월 다시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다시 속출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이후 주식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이 약해지면서 주식 현물이 선물 대비 고평가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선물을 사들여 차익거래에 나서는 대신 수십조원의 현물을 팔아치우는 투매가 심해졌다며 공매도 조기 해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최근 금지조치를 속속 해제하고 있다는 점도 조기 해제론에 힘을 보탠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매도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근본적인 규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또 홍콩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현재로서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조기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공매도란?=하락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매매 기법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된다. 향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사 결제일 안에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길수 있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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