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수의 골프 오디세이] <22>느린 스윙의 가치

입력 2020-05-20 16:53:04 수정 2020-05-21 20:13:44

"타이밍·리듬 생성, 신체 각 부위 모두 사용 가능"

급한 스윙은 팔의 동작이 과다한 탓에 정상적인 팔로우스윙을 어렵게 만들기 십상이다.
급한 스윙은 팔의 동작이 과다한 탓에 정상적인 팔로우스윙을 어렵게 만들기 십상이다.

급한 스윙은 언제나 엉뚱한 샷을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립을 견고하게 쥐고 발가락에 힘을 모아 지면을 밟고 날숨의 호흡을 거쳐 백스윙을 시작하는 차분함이 없는 샷이 급한 스윙이기 때문이다. 급한 스윙은 평소 익히고 몸에 축척한 근육의 순서 있는 움직임을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고 만다. 특히 손목과 전완근에 힘이 들어가게 해 오류를 초래하며 스윙 메커니즘을 흐트러뜨린다.

이에 반해 빠른 스윙과 느린 스윙은 급한 스윙과는 확연히 구분되며 차원이 다른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급한 스윙은 손팔이 굳어 볼을 향해 클럽을 급하게 내리는 동작인 반면 빠르고 느린 스윙은 전체적인 동작들의 템포가 빠르고 늦게 움직이는 것이다. 템포가 빠르거나 느리면 스윙 리듬도 덩달아 이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게 되고 이 움직임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절차와 순서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 골반의 회전과 멈춤이 스윙 원칙에 따라 순서있게 진행된다면 단지 이 구간에 필요한 시간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빠른 변화만 생겨날 뿐이다. 그러나 급한 스윙은 하체가 움직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서에서 손동작만 빠르게 가져가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이처럼 타이밍을 지키는 스윙은 리듬 템포가 전체적으로 압축되어 나타나는 정상적인 방식이다. 선수들은 이를 위해 근력 운동을 하고 유연성을 살리도록 노력한다. 특히 스윙 리듬에 있어서 느린 스윙이 빠른 스윙에 비해 기량 부족이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박인비와 임성재 등 최정상급 선수 가운데 느린 스윙 템포를 지니며 장타를 선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스윙의 느리고 빠른 템포 만으로 실력의 유무를 가릴 수는 없다. 오히려 느린 백스윙은 팔을 이용하는 급한 스윙보다 신체 각 부위를 모두 사용하게 하는 몸통 스윙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샷 결과를 안겨준다는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느린 스윙은 적당한 타이밍과 리듬을 생성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급한 스윙에서 비롯되는 뒷땅이나 토핑성 구질을 방지하게 하는 스윙 방법이기도 하다. 골프에서 회전과 탄력성은 스윙 구간에서 원심력과 관성이라는 물리적 원리를 제대로 작용하게 한다. 이것은 상체와 하체의 꼬임에서 시작되는 신체적 특성이며 꼬임을 다시 원상으로 풀어 놓을 때 힘을 발생시켜 볼의 비거리를 결정하는 주요한 바탕이 된다. 이를 위해 백스윙 과정 중 왼어깨를 턱밑까지 회전하며 다운 스윙 때는 꼬인 몸체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 하체부터 가장 먼저 동작의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시도한다.

급한 스윙이 아닌 빠르거나 느린 스윙은 이러한 동작들을 조화롭고 일체감 있는 근육 움직임을 통해 생겨나게 하고 제 시간 안에 마무리게 한다. 이와 더불어 이 스윙은 시간차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 클럽과 몸 동작 사이에 발생하는 속도 차, 즉 레이트 히트를 가능하게 해 더 나은 임팩트와 비거리를 안겨주는 덤을 선사한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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