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 도입 취지에 맞춰 ‘현명한 소비’ 해야

입력 2020-05-19 06:30:00

지난 1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8일 기준 코로나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전체 예산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8조9천122억원의 지급이 완료됐다. 지급 대상 2천171만 가구 중 65.7%인 1천426만 가구가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인 만큼 초기에 신청이 쇄도했고, 그 결과 전체 예산 14조2천448억원 중 9조원에 육박하는 돈이 가계에 풀렸다.

재난지원금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이 활기를 띠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 전통시장 상인은 "그동안 눈물 나게 어려웠는데 요즘은 장사할 맛이 난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이 해외 명품이나 외국산·고가 제품 구매에 쓰이고 대기업 계열·외국 기업 매장, 성형외과 등에서 사용되는 등 우려스러운 소비 행태가 불거지고 있다. 쌍꺼풀 수술, 입술 필러, 보톡스, 지방 흡입 등에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고 홍보하는 성형외과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물론 국민 모두가 재난지원금 도입 취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충격으로 생계를 잇기 곤란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이 제안됐다. 처음엔 피해가 심각한 소득 하위 50%를 지원하려고 했으나 총선 바람을 타고 70% 지원을 거쳐 전 국민 지급으로 결정됐다. '공돈'이라는 생각에서 허투루 쓸 것이 아니라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돕고,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회복 마중물 역할 등 '현명한 소비'가 무엇인가를 고심해 재난지원금을 쓰는 게 맞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지원금 도입 취지를 따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과 지역 상권에 맞춰 사용처를 조정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려고 적자 국채를 3조4천억원이나 찍어야 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국민이 반드시 갚아야 할 돈이다. 재난지원금을 코로나 재난 극복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현명한 소비가 중요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