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갈지(之)자 행보, 속 끓이는 통합당

입력 2020-05-18 16:43:16 수정 2020-05-18 20:47:14

독자 행보 위한 뜸 들이기 분석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미래한국당은 5·18 광주민주정신을 계승하고 기릴 것입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연일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며 모(母) 정당의 속을 끓이고 있다. 앞에서는 '조속히 통합을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가 돌아서면 통합당이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시간만 끄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공개적인 표명과 달리 한국당이 독자 행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당이 연일 '독자성'을 강조하는 언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당의 엄연한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항변이었지만 통합당으로서도 흘려듣기 힘든 내용이다.

원 대표는 이날 '미래한국당의 길'이라는 제목을 글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미래통합당하고 빨리 합당하라며 안 합치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한국당은 현역 의원 20명과 19명의 21대 국회의원이 있는 제3당이고 이번 총선에서 35개 비례 정당 중, 여당 비례 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제치고 945만 표, 34% 득표로 국민들께서 1위로 만들어주신 정당"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원 대표는 "한국당의 길은 국민의 마음이 나침반"이라고 강조하며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당의 진로를 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통합당 내부에선 원 대표가 여당 대표를 향한 발언을 가장해 통합당에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대여(大與) 반발을 표방한 발언이지만 뼈가 있는 말로 통합당도 들으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묻지마식 '당연한 통합'에는 이의가 있다는 표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앞서 원 대표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축하받는 결혼을 하자,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합당은 의미가 없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고 15일에는 당 대 당 통합이 대안이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통합과정을 고려하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당이 다른 셈법으로 양당통합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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