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눈을 맞춘 사람, 어머니와의 만남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어머니의 따듯한 품에서 고이고이 길러져 넓은 세상으로 나왔건만 아이러니하게도 넓은 세상보다는 어머니란 따듯한 둥지가 더 그립다. 아주 가끔이지만 연로하신 노모의 무릎을 베고 누운 시간이 나 역시 세상 그 어느 시간보다 평화로우니 말이다.
가정의 달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19란 복병에 발목을 잡힌 탓에 올해 5월의 풍경은 애처롭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을 잃어가고 있고,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들은 가족들과 생이별 중이다. 멀리 사는 가족들은 언제 만나 식사라도 함께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으니 2020년 가정의 달은 참으로 기가 막힌 풍경으로 추억될 듯하다.

죽으나 사나, 앉으나 서나 자식이 최고요, 자식이 최우선이었던 어머니. 철없던 시절에는 왜 우리 집은 가난할까, 왜 우리는 이렇게 고생할까, 불만의 마음이 슬쩍 일렁이기도 했지만 하루를 쪼개고 쪼개 열심히 사시던 부모님 모습에 그런 마음조차 내비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삼단 같은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서 팔고 온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이 설핏 기억이 난다. 이렇게 어머니들의 지극한 정성이 소위 말하는 고급 인력을 만들어 내고, 이들이 경제발전을 이끌었으니, 어머니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이 사진가 윤주영의 생각이다.
아침엔 갯벌로 조개를 캐러 나가고, 오후엔 시장에 내다 팔 채소를 가꾸고, 밤에는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가전제품 부품 조립에 나서는 1인 3역의 과중한 노동도 마다 않던 강한 어머니들, 그렇게 사진가 윤주영은 우리나라의 정직한 어머니, 부지런한 어머니, 참을성 많고 의지가 강한 어머니, 겸손하고 분수를 중하게 여기는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던 헌신적인 어머니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1928년생, 전 문화부장관을 비롯해 정계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던 그는 은퇴 후 사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던 성품은 인생 후반에 새로이 시작한 사진가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뭐, 호사가의 취미 정도 아니겠어'라 생각했던 이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듯 보였다. 1987년에 첫 사진집을 출간한 후 26회의 개인전과 14권의 사진집을 냈고, 팔순을 기념하며 출간한 사진집의 주제가 '어머니'였으니 말이다.
평생 사진만 해온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열정 넘치는 사진가의 삶을 걸어온 그, 사진가 윤주영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이요, 인간의 삶이었다. 그의 바람처럼 젊은이들이 그 옛날 어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고,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미덕을 돌아볼 수 있다면, 코로나19로 빼앗긴 '가정의 달'이 조금은 덜 억울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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