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VS]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폭로 논란, 정의연 후원금 진실 공방

입력 2020-05-16 18:06:40 수정 2020-05-16 19:09:17

위안부 피해자 문제 대책놓고 30여년간 한솥밥 먹은 사이, 논란 소용돌이

30여 년간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손을 맞잡았던 이용수 할머니(92)와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두고 팽팽한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할머니의 폭로에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 파악, 재정 부정 운용 등 각종 의혹이 이어지면서 당사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정치권도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위안부 피해자 대책 문제를 놓고 이 할머니는 최근 SNS에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라며 논란을 진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정의연과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밝혀진 정의연 논란의 쟁점은 무엇일까. 매일신문 디지털국이 해당 의혹을 정리해봤다.

일본군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용수 할머니 "정의연 정작 위안부 피해자는 등한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의 사업방식과 성금사용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금·기금 등이 모여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드물고 또 관련 단체가 출판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사례 도서도 내용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판매됐다는 것.

이 할머니는 이날 더는 속고 이용당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정의연에서 주관하는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주 참석하는 학생들의 코 묻은 돈과 노력만 뺏고 교육적으로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또 윤 당선인을 향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윤 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졸속' 비판을 받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5년 만에 물 위로 올라왔다. 당시 외교부 측이 사전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이하 정대협) 상임대표였던 윤 당선인에게 합의 내용을 알렸고, 이후 윤 당선인이 일본의 합의금 10억엔(한화 약 114억 9900만원)으로 조성된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지 않도록 피해 할머니들을 회유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7일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한일 합의 당시 합의금이 일본에서 들어오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외교부도 피해자들한테 바로 알렸어야 한다.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윤 당선인 측 해명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외교부가 합의 내용 일부를 알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민감한 내용은 모두 빠져 있었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수석대변인은 "합의 일부 내용을 기밀유지 전제로 일방 통보한 것이다"며 "책임 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갹출 등 내용이 있었고 국제사회 비판자제, 소녀상 철거 등 내용은 빠져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회유 의혹에 대해서는 할머니들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다고 반박했다. 정의연 측은 "당시 민변에서 한일합의에 대한 국가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 의사 확인하고자 일일이 만나봤다. 기금을 받아도 그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드렸다.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시게끔 했다"고 답했다.

또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받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모금액으로 1억씩 지급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이 할머니 역시 "나도 그걸 받았다"면서도 "일부는 정신없고, 치매를 앓았다.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한테 그냥 주고 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활동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응해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11일 오전 한경희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활동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응해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11일 오전 한경희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연 기부금 모금·사용에 의혹 증폭

정의연은 지난 8일 입장문과 성금 이체 내용 영수증을 공개하고 이 할머니가 주장한 '수요집회 무용론, 성금 불투명' 등 논란을 반박했다. 윤 당선인 역시 모금액과 성금 등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고 이 할머니 주장을 반박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성금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관련 책을 출판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반에 쓰여왔다. 모든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고 말했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2016~2019년 정의연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4년 동안 49억여원 중 피해자 지원사업에 9억여원을 지출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모은 기부금을 할머니들보다 엉뚱한 곳에 지출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정의연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에는 돈뿐만 아니라 건강 치료 지원, 정기 방문,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다고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이어 "최근 3개년도 수입금 22억1900만원 중 실제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지출된 것은 9억1100만원으로 41% 정도"라고 밝혔다.

정의시민연대가 8일 공개한 수요집회 등 성금 지급내역 영수증. 이용수 할머니에게 생활비와 성금을 전달한 이력이 기록돼 있다. 정의시민연대 제공
정의시민연대가 8일 공개한 수요집회 등 성금 지급내역 영수증. 이용수 할머니에게 생활비와 성금을 전달한 이력이 기록돼 있다. 정의시민연대 제공

하지만 회계 방식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기부금 수혜 인원이 '99명' '999명' 임의 숫자로 기재된 것, 한 음식점에서 3천300여만원 지출이 기재된 것, 지난해 22억의 공시가 빠졌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이에 정의연은 12일 다시 공식입장을 통해 "수혜 인원은 정의연 사업 중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타' 사업비용을 입력할 때 쓰는 통상적 방식"이고 "음식점은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큰 후원의 밤 지급처인 해당 업체를 적은 것이지 3천300여만은 50개 지급처에 지급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라고 내막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공시 누락에는 "회계 처리 오류가 아니라, 회계 감사를 마친 회계 자료를 국세청 공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했다.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이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정대협 시절부터 공천 직전까지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 여러 개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기부금을 모아왔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정의연은 다시 "개인 모금은 2017년 기부금품모집법이 시행되기 이전이거나, 그 이후에는 해당 법에 대한 정부기관의 안내가 부족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복동장학금' 활동가들 자녀 특혜 의혹, 윤 당선인 딸의 미국 유학 비용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결국 회계 처리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미숙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개인적인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었다는 것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제 1439차 수요시위에서 " 공신력 있는 외부 공인회계사들에게 기부금 사용 내용에 검증을 받아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과 관련된 불필요한 의혹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 할머니 뒤 배후세력 논란

정의연 측은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가 이 할머니의 약점과 서운함을 부추겨 정의연과 수요집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공동대표는 지난 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심사에서 윤미향 당선인에 밀려 탈락한 인물이다. 이 할머니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희생자 관련 사업을 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공동대표는 정의연이 할머니의 주장과 진정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최 공동대표는 "할머니 말씀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시골이나 지방에서 어린 학생들이 수요 집회에 참여해 낸 모금을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밝히라는 할머니의 진정성을 왜곡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최근 윤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씨는 자신이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은 수원시민신문 홈페이지에 "이 할머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후손들에게 목돈을 물려 주고 싶은 생각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사회운동가와 피해자의 관점은 다를 수 있고, 그 빈틈을 보수언론과 현재 이 할머니 옆에 붙어 있는 수상한 괴뢰단체에서 파고든 것 같다"고 썼다가 글을 삭제했다.

이 할머니는 해당 의혹에 대해 "최 공동대표에게 아는 기자를 연결해달라고 한 것이 다였다"고 반박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며 폭로하면서 이 할머니와 정의연 측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며 폭로하면서 이 할머니와 정의연 측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정치권에서도 의견 분분, 여야 대립각 세워

기부금 유용 의혹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지고 있다. 여권이 윤 당선인을 두둔하며 '친일세력의 공세'를 주장한 데 대해 야권은 "왜곡된 프레임으로 본질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하면서 정의연 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놓고 "입신양명과 영달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도 이용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개인 계좌 사용과 관련해서 "윤 당선자와 정의연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공사 구분조차 못한다"면서 "국제 시민사회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단체는 자동 퇴출 대상이다"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윤 당선자가 기부자들이 원치 않아 기부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한 것에 대해 "국민을 바보 취급하나"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논란에 대해 여권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소속 의원과 당선인 15명은 지난 14일 정의연과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깎아내리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 달라며 국민이 뽑아준 윤 당선인에게 행적에 대한 진위를 밝히라는 요구를 친일파의 목소리로 매도하는 이상한 세상"이라며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주장대로) 그 뜻이 오해받지 않도록, 온전히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할머니는 지난 13일 개인 SNS에 입장문을 올리고 "정의연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후원금 처리와 관련해 "지난 30여 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서도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이)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해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해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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