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같이, 형님처럼, 삶의 길잡이 돼 주셨는데…
그리운 고 김기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님께
선생님, 선생님이 저희들 버리고 하늘나라로 소풍 가신 지 벌써 3년이나 지났네요.
신문 부고란에서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접한 순간 정말 심장이 뚝 떨어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어찌 그리 황망하게 가셨습니까?
스승의날 찾아뵈려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더 막막했습니다.
진작 찾아뵐걸 후회하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포항, 울산, 경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빈소에 모여 선생님을 추모했습니다.
누구는 아버지같이 챙겨주셨다고 하고 누구는 형님 같았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삶의 길잡이가 돼 주셨다고 하고, 모두들 선생님과의 특별한 추억이 가슴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제 대학 시절의 절반 이상은 선생님과 함께한 동아리 '갈무리'의 추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달성공원과 고령, 영천 등에서 민요를 채록하고 가사의 흔적을 찾았고 멀게는 '어부사시사'를 지은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있는 전라남도 보길도에서부터 정선아리랑의 무대가 되는 강원도 아우라지까지 참 많은 곳을 다니며 지식을 채우고 친목을 다졌습니다.
그때 고생도 참 많이 했었죠.
전라도에서는 여름 땡볕에 10분만 가면 된다는 말에 속아 2시간을 더 걸어 얼굴이 익은 적도 있고 보길도에서는 30분만 가면 된다는 말에 속아 산 하나를 넘은 적도 있었지요.
압권은 강원도에서 차가 끊겨 지나가는 돈사 트럭을 세워 돼지들과 같이 이동한 일이겠지요.
그때는 참 황당하고 고생스러웠는데 3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아직 기억 나는 걸 보면 저희에게 이런 멋진 추억 만들어 주시려고 한 선생님의 큰 뜻인 거 같습니다.
3년 전 선생님 발인날 팔공산 넘어 와촌 쪽으로 가는데 벚꽃부터 복숭아꽃 살구꽃 철쭉 등등이 어우러져 '고향의 봄' 노래에 나오는 꽃대궐이 펼쳐져 있더군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너무 아름답고도 슬퍼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습니다.
올해도 스승의날이 다가오니 봄꽃 흐드러지게 피던 날, 아무 기별도 없이 서둘러 가신 선생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선생님 그곳에서 안녕하시죠?
제자 예주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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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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