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정치부 기자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세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으로 다시금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사태를 예견한 듯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큰 위험신호는 방심'이라며 강력히 경고해 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방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냈다. 이번 사례에서 재확인된 것처럼 한순간의 방심이 언제든 대규모 감염으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천지 사태로 거센 후폭풍이 일었던 대구경북(TK)은 정부 지침보다 더 강한 수준의 방역 대책을 유지하며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역량이 집중된 지금, 또 하나의 '방심'이 TK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로 국무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사업 재검증'이다.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지난 2019년 6월 총리실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후 거의 1년간 시간을 끌어왔다. 같은 해 12월부터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안전 ▷소음 ▷환경 ▷시설·운영·수요 4개 분야 14개 쟁점을 검증하고 있으나 '깜깜이' 상태다. 최근엔 4·15 총선이 끝나 정치적 부담이 줄면서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사라져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기에 지역 일각에서는 묘한 안도감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김해신공항 사업이 탄력을 받고, 그의 최우선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TK와 부산·울산·경남(PK) 5개 광역자치단체 간에 합의한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김해신공항 안'을 뭉개고 오 전 시장 주도로 밀어붙인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가 동력을 잃을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흐름을 보니 이는 안일한 발상과 나태한 상황 판단력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시정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PK 정치권이 단합하며 오히려 치밀하고 일사불란하게 막판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년 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태로 들끓는 '여권 책임론'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지역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선 사실상 PK 최대 숙원 사업인 신공항 해결 카드가 유일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장 부산의 최인호·전재수·박재호, 울산의 이상헌, 경남의 김두관·민홍철·김정호 등 PK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전원은 12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논의했다.
반면 TK는 총선 이후 여권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적지 않은 핸디캡이다. 특히 김부겸 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지역 민심을 대변한 사이다 발언으로 날을 세워 왔다.
김 의원은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난 합의를 무시하고 또다시 검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수 있는 것이냐"며 일갈했고 "한 지역에서 주장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식의 국정 운영은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며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5개 지자체가 합의하고 정부도 동의해 결정된 사안을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다"며 강한 브레이크를 걸어 왔다.
이제 TK를 대변할 여권 인사는 전무하다. 소통 창구가 좁아진 환경에 '방심'은 가장 큰 위험신호다. 결과에 따라 지역에 미칠 충격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국책사업·현안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늠하기 어렵다. TK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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