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로나19와 공동체

입력 2020-05-12 06:30:00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속칭 '러브 호텔'의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보건 당국의 역학 추적 조사를 받게 되는데 떳떳하지 못한 밀회를 즐겼다가 러브 호텔을 드나든 사실이 공개되면 그만한 망신살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고 있다.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이지만 공공 안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가능해진 일이다. 반면, 사생활 노출을 꺼리며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방역 난도는 높아지고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진작부터 클럽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를 보니 최악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하필이면 성 소수자들이 많이 찾는 클럽이라고 한다. 이곳 방문자들 중 상당수가 성 소수자 낙인 효과를 우려해 음지로 숨어들었다. 공들여 구축한 방역 전선이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누란지계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았다면 인류의 방역 싸움이 지금보다 한결 수월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치사율이 높으면 사람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고 방역에도 순순히 응하게 돼 있다. 서구 선진국들도 치사율이 낮다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초기 골든 타임을 줄줄이 놓쳤고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는 코로나19 사태를 반드시 수습해야 한다. 혹여나 각국의 방역이 실패로 돌아가 인류의 1% 희생자가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사망자 수만 7천만 명이다. 이런 규모의 재앙은 윤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현대 문명사회가 감당할 수 없다.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을 방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야만사회다.

코로나19가 노인 및 기저질환자들에게만 위협적일 거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오다. 무증상인 채로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많지만 일단 증세가 심각하게 발현되면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 큰 손상을 가해 기저질환자로 평생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인종과 나이, 지역을 차별하지 않는다. 안 걸리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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