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중국] ‘농민공’의 대량실업, 중국경제의 뇌관이다

입력 2020-05-11 17:30:00

베이징역 앞의 여행객들[AP=연합뉴스]
베이징역 앞의 여행객들[AP=연합뉴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티엔잔쥔'(田占軍)은 농민공이다. 대다수 농민공들이 그렇듯이 그도 고향인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를 떠나 베이징으로 상경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베이징에 집 한 칸은 고사하고 그럴듯한 직업도 없다.

16년 전 베이징에서 처음 만난 그는 삼륜차를 모는 기사였다. 택시가 아니라 자가용 영업을 하는 이른바 '헤이처'(黑車) 기사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단속에 걸려, 삼륜차마저 압수당한 그는 백수 생활을 하다가 이후 고향에 돌아가서 면허증을 취득한 후 자동차 한 대를 구입, 베이징 시청취(西城區)쪽에서 헤이처 기사로 계속 일했다.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차량공유서비스가 대중화된 지금도 그는 헤이처 기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디디' 기사가 되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그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5G 통신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대, 새로 바꾸는 휴대전화는 5G로 개통하면서 그의 휴대폰 번호도 바뀐 모양이었다. 티엔 선생 가족의 안부가 걱정돼서 '웨이신'(微信)을 통해서도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헤이처 기사들에게 코로나 사태는 직격탄이었다. 외출도 자제하고 설사 외출하더라도 낯선 '불법택시'를 누가 타겠는가?

네 가족이 고향에 돌아간다고 해도 경작할 토지 한 뼘 없는 그로서는 지난 수개월이 삶의 기로였을 것이다. 대다수 농민공들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인 티엔 선생 가족이 잘 버텨내고 있는지 걱정이다.

헤이처 기사보다는 나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 서비스 기사는 무려 3천만 명에 이른다. 이들 역시 지난 몇 개월 동안 백수와 다름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폭발하던 지난 수개월 '디디'는 사실상 영업정지였다. 디디는 5월

1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武漢)에서의 영업을 완전 재개했다. 봉쇄령이 내려진 1월 23일 이후 100여 일 만이다.

우한 외 다른 지역에서의 영업 실적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60%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디디 측은 공유서비스 차량의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비닐 칸막이를 설치, 운전사와 승객 간의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고 매일 차량을 소독하는 한편, 운전사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선제적인 방역조치를 통해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방역 불안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공유 차량이 60% 수준이라면 '티엔' 선생의 헤이처 수입은 여전히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중국 경제의 뇌관은 현실화되고 있는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사태, 농민공들의 실직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2월 6.2%, 3월 5.9%로 회복세다. 그러나 춘절연휴를 기점으로 폭발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농민공이 전체 농민공 2억9천여만 명의 절반에 이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2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우한'과 '후베이성'이 고향인 농민공들은 춘절연휴 때 고향에 갔다가 봉쇄령과 이동제한 때문에 아직도 복귀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농민공의 대량 실업은 중국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다. 그런데 농민공 실업 문제는 중국 정부의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게 문제다. 타 시와 성으로 이동할 때 격리 등의 제한 조치가 발목을 잡았고, 수출 위주의 중견기업들은 아예 조업 재개 대신 폐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의 대량 실업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에서 2억~3억 명에 달하는 대량 실업 사태는 중국 경제뿐 아니라 '시진핑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3월에서 두 달여 연기돼, 오는 21일 전국인민정치협상대회를 필두로,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등의 '양회'(兩會)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비상한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존의 기로에 선 농민공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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