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어버이날에 요양원·요양병원 면회 자제 당부
두 달 넘게 부모님 찾아뵙지 못한 자식들은 애가 타
어버이날에도 만나지 못하는 부모와 자식 간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다. 두 달 넘게 요양원·요양병원에 면회 금지 권고가 내려지면서 서로 애타는 마음만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어버이날에 요양원·요양병원 면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모여 있어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에도 부모와 함께 하지 못하는 자식들은 죄송함과 보고 싶음 등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그리움을 억누르고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모신 부모의 상태를 직접 살피고 싶지만, 만에 하나 감염 위험이 있을까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2월부터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가지 못했다는 A(59) 씨는 "어버이날쯤이면 면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국 석 달 가까이 찾아뵙지 못하게 됐다"며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이러다 나를 잊어버리시진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3년 가까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는 B(61) 씨는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가면 얼굴이 활짝 피시곤 했는데 올해는 침상에 혼자 누워 계셔야 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부모들도 그리움을 삼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요양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영상편지를 만들었다. 이 영상에는 '잘 있나, 엄마도 잘 있다', '보고 싶다, 빨리 좀 오너라' 등 자녀들을 향한 메시지가 빼곡히 담겼다.
이 요양원 관계자는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자식들이 찾아오지 못한다고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한 어르신은 '얘는 죽었나, 와 안 오노'라고 한탄하면서 자녀를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생이별'을 한 이들은 요양원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안부를 주고받기도 한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요양원에 따르면 90대 어머니를 만나러 60대 아들이 매주 한번씩 찾아온다. 그는 반찬통에 담은 과일을 '어머니께 전해 달라'며 건네고는 유리문 너머로 멀리 어머니 얼굴만 보고 간다는 것.
이 요양원 관계자는 "자녀분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 '잘 지내고 있으니 너희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씀하시도록 언질을 드린다"며 "어버이날에 자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시면 서글프니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덜 하시게끔 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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