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역 공연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입력 2020-05-06 17:36:40 수정 2020-05-06 23:18:01

모현철 문화부장

2017년 오페라
2017년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당시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모현철 문화부장
모현철 문화부장

지난 1월 30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관람했던 오페라 '리골레토'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있다.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브라보'를 외쳤다. 확실히 오페라는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팍팍한 일상을 적시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공연장을 자주 찾아 다양한 공연을 봐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불과 20여 일 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문화 공연 관람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대구지역 공연장이 행사를 취소하고 문을 닫은 뒤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것은 온라인 공연이었다. 위기에 처한 대구 문화계를 포함해 국내와 전 세계 공연계는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등을 개최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를 시도했다.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에서 'DAC on Live'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와 함께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지난 5일 아파트 단지에서 '발코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C on Live'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콘서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전 세계 의료진을 응원하는 한편 시민들이 집에 머물도록 독려하기 위해 지난달 열린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으며, 자선 기금 1천500억원을 모았다.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톱스타들이 뭉쳤던 '라이브 에이드'를 연상케 했다.

온라인 공연은 전 세계와 지역 공연계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온라인 콘서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인들이 관객들과 교감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연 예술은 무대와 객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공연은 현장에서 직접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디지털 콘서트홀' 사이트를 만들어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연을 중계한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도 '메트 오페라 온 디맨드'를 통해 고화질 오페라 공연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장 찾기가 꺼려진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온라인 공연은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지역 문화계는 온라인 공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온라인 공연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새로운 공연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나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과거 폐쇄적인 공간에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했다면 온라인과 같은 개방적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겨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공연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간 문화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연 인프라가 뛰어나고 굵직한 행사와 이벤트도 양적·질적으로 풍성하다. 세계적인 공연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린다. 대구에서는 볼만한 전시와 공연이 부족하다고 푸념하는 시민들이 많다. 대안은 온라인 공연이다.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하면 공연에 대한 지역민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고, 대구경북의 예술인이 국내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지역 문화계가 온라인 공연에서도 도태되면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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