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어려웠지만…" 대구 '온라인 교육' 현 상황은?

입력 2020-05-11 06:30:00

시행착오 속에서도 원격수업 안착 가능성 발견
수준별 과제, 맞춤형 피드백으로 학습 효율 높여
수학 교과에서 1수업 2교사제로 수업 내실화 도모
다양한 플랫폼 활용해 효과적인 소통과 수업 진행

사상 초유의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후 크고 작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원격수업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수업 형태도 조금씩 다양화, 학습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이어지는 중이다. 서변중의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영어 수업 모습. 서변중 제공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가 밟는 곳이 곧 길이다. 우리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지난달 9일을 시작으로 전 학년이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학생 모두 온라인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 버벅대기도 했다.

그래도 버텨냈다.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늘었다. 등 떠밀려 시작했으나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쌓여가는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 미래 교육의 마중물로 삼자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선 오늘도 좀 더 다양하게 원격수업을 만들어나가려고 시도 중이다. 그런 모습 일부를 들여다봤다.

◆수준별, 맞춤형 교육으로 학습 격차 줄이기

수준별 과제, 맞춤형
수준별 과제, 맞춤형 '피드백'으로 온라인 학습의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 동부중학교의 수학 과목 문답 피드백 모습. 동부중 제공

학습 격차와 학습 소외 현상을 줄여나가는 건 공교육에서 해묵은 숙제다. 온라인으로 개학한다고 했을 때 그런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학생의 자발성과 자기주도학습 능력, 주변 환경 등이 대면수업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구 대곡중학교(교장 김승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도 그 부분.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준별 문제 은행과 강의를 제공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위한 채팅방을 운영해 학습 소외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곳은 'AI클래스팅'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교과의 강의와 수준별 문제를 제공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게 목적.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습 기초를 다지려는 학생을 중심으로 온라인 기초·방과후수업을 진행하는 '교과 입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교육평가부장인 노정은 교사는 "수업 구성에 대한 안내와 맛보기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수업 콘텐츠를 꾸렸다"며 "기초 학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교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동부중학교(교장 황명식)는 성취 기준별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작, 자기주도적 학습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나만의 교과 학습방'을 운영해 일대일 '피드백'을 제공, 학력과 학습 흥미 모두 높이는 방법도 시도 중이다.

동부중의 원격수업 학습방은 '차이나는 온라인 클래스'로 불린다. 수학 교과는 일대일 전화 상담을 통해 개별 학습을 지도하고, 영어 수업은 원어민 보조강사를 활용해 회화 중심 학습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특수학급 학생을 위한 수업 영상도 제작해 활용한다.

◆1수업 2교사제로 수업 효율 높이기

대구중학교는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원격수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구중학교는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원격수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1수업 2교사제'를 운영 중이다. 대구중이 수학 교과에서 이 제도를 적용,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대구중 제공

온라인으로 원격수업을 교사 혼자 이끌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출석하지 않은 학생을 불러들이는 일부터 강의 영상을 띄우고 참여 여부를 확인해가며 질문에 대한 답까지 하는 게 만만치 않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이라면 더욱 버거운 일이다.

대구중학교(교장 손영자)는 '1수업 2교사제'로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학습 격차를 줄이고 원격수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좋다"는 게 박미숙 교감의 설명이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지도에도 도움이 되는 시도다.

대구중은 전 학년 수학 교과 시간에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과 'e-학습터'에 기반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때 학습보조강사가 참여한다. 강사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의 반응을 관찰하고 일대일로 '피드백'도 한다. 수업 중 질문에 대해 개인별로 즉시 답을 해준다.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1수업 2교사제'는 그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5월 1일 현재 수학 교과에서 이 제도를 운영 중인 중등학교는 66개교. 학습보조강사는 101명이다. 2018년 2학기(24명)에 비하면 4배가량 늘었다.

대구 경일중학교(교장 박준용)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활용하는 수업 플랫폼은 '네이버 밴드'. 매 시간 출석 점검과 일대일 채팅을 통해 신속히 '피드백'을 제공 중이다.

특히 2, 3학년 수학 교과는 '1수업 2교사제'로 운영한다. 교사가 제작한 수업 콘텐츠로 학습 기본 개념을 파악한 뒤 학생별로 작성한 과제를 지도교사와 학습보조강사가 공유, 학생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은 학습보조강사가 챙긴다.

▶다양한 플랫폼 활용, 수업 영상 제작 등 수업 다양화

온라인 개학 후 학년별로 여러 개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곳도 있다. 대구 서변중도 그런 학교다. 이곳의 온라인 쌍방향 체육 수업 모습. 서변중 제공
온라인 개학 후 학년별로 여러 개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곳도 있다. 대구 서변중도 그런 학교다. 이곳의 온라인 쌍방향 체육 수업 모습. 서변중 제공

대구 서변중학교(교장 고영오)는 온라인 개학에 앞서 학년별로 사용할 플랫폼과 인성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에 중점을 둔 교과별 수업 설계도 마무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발맞추고, 수업을 좀 더 내실화하기 위해 '1교사 1교실 제도'도 운영한다.

'네이버 밴드 라이브 방송'은 1~3학년이 모두 사용하는 프로그램. 여기다 1학년은 'EBS 온라인 클래스'와 '줌'(ZOOM), 2학년은 '반디캠', 3학년은 '줌'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을 진행 중이다.

모든 교사는 교과 진도에 맞게 강의 동영상 등 학습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다. 교과별 학습지는 하나로 묶어 2주마다 학생들에게 '워킹 스루' 방식으로 배부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학생의 출석과 진도도 계속 점검한다.

고영오 교장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원격수업이라도 대면 수업처럼 꼼꼼히 수업을 설계해 충실히 학습할 수 있게 했다"며 "선생님들에게도 과제를 적절히 조절해 학습하는 데 지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대구 유가초등학교(교장 우오식)는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수업 영상 '유가 배움e'를 학급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한다.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게 하면서도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등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게 하자는 게 목표다.

우오식 교장은 "1, 2학년을 위한 EBS 콘텐츠가 많지 않아 추가 콘텐츠를 개발했다. 3~6학년을 위한 보충·심화 콘텐츠도 제작했다"며 "정보활용능력이 다소 부족한 초등학생들이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급방에서 언제, 어디서든 담임교사가 직접 촬영한 수업 영상을 접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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