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 푹 빠진 자녀 걱정마세요
지난 주 부처님 오신날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외지에서 일하던 동생이 휴가를 내 집으로 왔다.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도 들은 거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떤 아주머니 이야기인데, 그 아주머니의 딸이 청소년 시절 '데이식스'에 완전히 미쳐 있었더란다('데이식스'가 궁금하신 독자들은 이 좁은 지면에 모두 다 설명할 수 없으니 2019년 8월 24일자 매일신문 21면에 실린 본인의 졸고 '다시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 밴드 (2) 데이식스'를 참조하시면 되겠다.). 그런데 그 분이 보시기에는 자신의 딸이 데이식스에 빠져있는 정도가 꽤 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타박하고 말리고 했더란다. 딸이 대학도 서울 소재 대학을 꿈꿨던 이유도 '데이식스를 더 자주 가까이 보기 위해서'라고 했을 정도니(그래서 서울 소재 대학을 갔는지까지는 듣지 못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게 공부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격이었음에도 이 아주머니는 그게 못마땅했던 거다.
그런데 이 분이 '미스터트롯'에 푹 빠져버렸다. 누구에게 푹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방송을 보다보니 어느순간 자기 인생에 '미스터트롯' 7명이 들어와 있더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딸의 묘한 시선. '아이돌에 빠져서 공부도 안하고 돈만 쓴다'고 딸래미를 타박하던 자신을 생각하니 딸이 이 사실을 알면 자신을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걱정이 됐던 거다.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딸 몰래 '미스터트롯'을 보고 열광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동생을 보며 동생의 지난 날을 떠올려봤다. H.O.T.를 좋아해서 어떻게든 용돈을 모아 CD를 사고 관련 '굿즈'를 사던,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혼도 나고 울고 불기도 했던 동생이었다. 그러던 동생이 대학 들어가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이돌과는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이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봤자 TV에 요즘 보이그룹들이 나오면 나와 함께 품평하는 정도다.
이처럼 아이돌에 어느 순간 빠져 그들의 '덕후'가 되는 현상을 그들의 용어로 '덕통사고'라 한다. '덕통사고'라는 표현을 잘 뜯어보면 말 그대로 내가 그들을 따라가고 싶어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들을 따라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하긴, 누구를 좋아하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그나마 다행인 건 빠져나오는 건 단칼에 가능하다는 정도. 최근 몇몇 사례를 보면 팬심이 등돌리는 건 정말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동생처럼 어느 순간 덕통사고가 치유돼 있는 경우도 있다. 혹시 자식이 아이돌에 빠져있다고 난리칠거라면 가만히 계시길 바란다. 덕통사고 당한 것도 치유도 한 순간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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