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모임 '제로웨이스트 대구'…2016년 스웨덴서 시작된 활동
대구서도 지난해 8춸 첫 모임…운동하며 자연 보호 '일거양득'
일회용품 줄이는 습관도 공유
주부 이자경(38·경북 영천) 씨는 매일 동이 트면 빈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1시간 남짓 집 주변을 걸으면 비어 있던 가방이 가득 찬다. 흙 묻은 캔이나 찌그러진 종이컵, 담배꽁초가 한가득이다. 이 씨는 "쓰레기 줍기가 취미"라며 "쓰레기를 주우며 아침 운동을 하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했다.
운동도 하고 환경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전하는 이들이 있다. 대구지역 환경 모임 '제로웨이스트 대구' 회원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플로깅(plogging)'으로 불린다. 이태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용어다. '줍다(Pick up)'와 '조깅(Jogging)'이 합쳐진 플로깅은 어원 그대로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걸 뜻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대구에서도 지난해 8월 모임이 만들어져 첫 선을 보였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덜 버리는 노하우도 쌓였다. 이들은 생활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습관도 공유한다. 일회용품 식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 다니고 음식을 포장할 일이 있으면 챙겨간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한다. 냅킨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기도 한다.
플로깅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이다. 일상에서 사소하게나마 생활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다. 홍주야(47) 대표는 "생활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길가의 쓰레기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하나둘씩 줍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양손 가득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다.
이들에게 플로깅은 생활 습관이자 즐거운 놀이다. 주 2, 3회 자녀와 플로깅을 한다는 박소영(38) 씨는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다. 40일째 자녀들과 매일 아침 플로깅을 하고 있다는 이자경 씨도 "아이들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지구를 지키는 보물찾기'라며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가끔씩 '변주'를 시도할 때도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담배꽁초의 날', '전단지의 날' 등을 정해 특정한 쓰레기만 줍는 식이다.
숨 쉬듯 해오던 플로깅 활동이 코로나19 이후 부쩍 분주해졌다. 일회용 마스크나 일회용컵, 종이컵 사용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은 '깨진 유리창 효과'를 뒤집어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아무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길거리가 더더욱 쓰레기로 어지럽혀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홍주야 대표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사소한 생활 습관으로 계속 쓰레기를 주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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