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인력난에다 가격마저 예년의 10% 수준으로 급락
판매처 못찾은 과채류 그대로 폐기
5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동구 서호동의 한 과채 농장. 3만3천㎡ 정도의 넓은 농장에서 한 여성이 외로이 상추를 따고 있었다. 300㎡가량의 비닐하우스에는 높이 20cm가 넘는 상추들이 가득했다. 판매처를 찾지 못하다 보니 그대로 묵혀져 어느새 크기가 정상 판매 크기인 15cm에서 무려 5cm나 더 자라 버렸다. 옆 치커리 하우스도 줄기가 훌쩍 커버린 치커리로 빼곡했다.
농장 주인 안병호(68) 씨는 "상품가치가 없어져 밭을 갈아엎거나 땅에 묻을 수밖에 없는 게 90% 이상"이라며 "이번 달에만 300㎡ 규모 하우스 두 곳을 갈아엎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채류 생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일손이 부족한 데다 채소 가격마저 폭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채 농장 대부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통상 가장 바쁜 달인 4월 말과 5월 초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일손을 충당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장기 체류하던 외국인노동자들이 지난 3월 본국으로 돌아가버렸고, 계절 노동자들은 아예 입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6천㎡ 규모의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강진호(65) 씨도 "6천㎡를 감당하려면 최소한 6명의 인력은 필요한데 외국인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아내랑 둘이 일을 쳐내고 있다"며 "국내 인력은 하루 일당이 15만원 수준이라 인건비 감당이 안 돼 가족과 친척들을 총동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익 창출도 어렵게 됐다.
대부분 학교 급식이나 예식장, 식당 등으로 물품이 들어가지만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탓이다.
가격도 폭락했다. 경매장에서 2kg에 1만원에 판매하던 상추는 1천원으로 떨어졌고, 2kg에 7천원 대였던 치커리도 1천원 대로 떨어졌다.
안병호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130만원 정도 벌어 고정비 지출 및 생활비 등을 충당했는데 요즘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여기서 우리 농장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일당, 포장비, 운송비 등 고정비용 50만원을 빼고 나면 10만~15만원 정도 남는데 이마저도 비닐, 퇴비를 사고 나면 손에 쥐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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