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역 지침 '아프면 쉰다'?…눈치 보여 '아파도 참는다'

입력 2020-05-05 17:14:14 수정 2020-05-05 19:33:51

상당수 직장인 아프더라도 참을 거라 대답
학교·군대·직장 등 지금까지 쭉 아파도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쓰러질 정도가 아니면 참고 나가야죠."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성모(26) 씨는 친구들과 최근 생활방역 관련 대화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질병관리본부가 권장한 생활방역 지침 '아프면 쉰다'를 두고 모두가 콧방귀를 뀐 것이다. 성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일할 사람은 많으니 사장이 그만 나오라고 할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정부의 지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생활방역 지침 '아프면 쉰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눈치가 보여 아파도 쉴 수 없다'는 현실과 '코로나 방역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당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아프면 쉰다'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염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해 '아프면 쉰다'를 지키기 어려운 건 군 조직도 마찬가지. 코로나19 여파로 오랫동안 휴가 제한이 걸렸던 군인들은 '아프면 쉰다'를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군사경찰 병과에 소속된 한 현역 군인은 "군사경찰은 교대근무가 원칙인데, 한 명이 쉬게 되면 조가 빠듯하게 돌아간다"며 "만약 이병이나 일병이 아프다고 근무에서 빠지면 선임병들이 '쟤 짬 다 찼느냐'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게 뻔하다"고 했다. 군대에서 아프다고 쉬다 보면 어느 순간 관심병사가 되는데, 관련 지침을 주지 않는다면 논란거리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교사들도 관련 매뉴얼이 없어 걱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아프다고 빠지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쟤는 어딘가 특이한 애', '꾀병 잘 부리는 애'라고 낙인이 찍혀 교사 입장에서 고민이 많다"며 "심지어 선생님은 '쟤만 봐준다'고 편애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매뉴얼이 나오면 이런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아프면 쉰다'는 문화가 국민 인식만으로 정착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 원칙을 공공분야 일자리부터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경영진, 노동계와 함께 제도적인 장치를 어떻게 갖추는 것이 바람직할 건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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