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앉기’, ‘식사 중 대화 자제’…같이 와도 각자 먹는 분위기
퇴근 후 술집이나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혼술도 늘어
전문가, “식사 시 개인공간 존중하는 분위기 정착될 것”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사 시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혼밥'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한 줄 앉기' 등을 권장하면서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기 불편해 했던 '혼밥족'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퇴근 후 혼자서 술집 또는 집에서 '혼술'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 구내식당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부터 '한 줄 식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게 어색해졌을 정도다.
대구의 한 경찰서 구내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같은 부서나 팀원끼리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고, 지인을 만나면 옆자리로 이동해 식사를 하곤 했는데 다 옛 이야기가 됐다"며 "요즘은 간격을 유지해 밥을 먹다 보니 식사시간에도 식당이 조용하다"고 했다.
여럿이 함께 식당에 가더라도 말수를 되도록 줄이다 보니 사실상 혼밥과 다름없어졌다는 반응도 적잖다. 수성구청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난 공무원 A(34) 씨는 "함께 식당에 가도 밥이 나올 때까지는 다들 마스크를 쓴다"며 "메뉴를 정할 때도 덮밥이나 정식 등 1인분씩 나오는 음식을 고르다 보니 같이 먹는 분위기가 예전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1인 손님을 꺼리는 식당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적극 실천하며 혼밥을 장려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한 식당 업주 B(67) 씨는 "3월 말부터 손님들이 나란히 한쪽 방향을 보고 식사를 하도록 테이블 반대편 의자를 치웠다"며 "단체손님이 와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모습이 사라졌고,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도 2~3명씩 오거나 포장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평소 혼자 식사를 해야 했던 '혼밥족'들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과외강사 C(31) 씨는 "홀로 식당에서 4인 테이블을 차지하는 게 눈치가 보여 햄버거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밥을 때울 때가 많았다"며 "요즘에는 돈까스 가게나 초밥 음식점에 가면 혼자 먹는 사람이 많고 식당 주인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마음이 편하다"라고 했다.
'혼술족'도 느는 추세다. 자영업자 D(29) 씨는 최근 퇴근 후 집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반주를 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했다. D씨는 "가게에서 술을 먹으면 소주 한병에 4천원인데, 슈퍼에서 사면 반값에 살 수 있다"며 "굳이 누군가와 약속을 잡지 않고 돈도 절약할 수 있어 일주일에 3일 정도는 혼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통신업 판매원 E(35) 씨도 코로나19 이후 일주일에 3~4번 인근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됐다. E씨는 "집에서 술을 먹으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눈치가 보여 차라리 혼자 나와 안주 2~3인분을 시켜놓고 술을 마실 때가 많다"며 "요즘은 퇴근 후 혼술하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나만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식문화로 확산, 정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은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어디서든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졌다"며 "'혼밥'이 손님과 업주 입장에서 서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기존 외식업계의 인식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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