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전시실 한 바닥을 차지한 거대한 4면체의 황토덩어리가 인상적이다. 거푸집을 이용해 높다란 4면체의 황토 탑을 쌓자면 거기에 들인 노동력은 얼마나 될까? 몇 사람이 몇 번씩의 발을 굴려야 저 황토 덩어리가 무너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걸까? 들인 노동력을 수량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바닥엔 아름드리 거목이 까만 숯처럼 구워진 채 놓여있다. 그 옆 벽면엔 신문지 등을 잘라 깔때기 모양을 만든 후 일일이 붙인 평면 부조 작품도 눈에 띈다. 저만한 크기의 화면을 빈틈없이 매운 그 정성 혹은 노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삶의 현장에서 '노동과 효과성'의 탐구를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가 김결수가 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에 자리한 갤러리 오모크에서 개인전 'Labor&Effectiveness'를 열고 있다.
김결수 작업의 주제는 살면서 무심코 버려진 생활 용품들을 노동과 효과성이라는 관점에서 그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있다. 우선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오브제는 쓰다 버려진 폐품을 통해 산업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효과'의 흔적을 통해 땀이 서린 노동의 가치를 환원해보려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더불어 노동의 흔적이 깃든 대상이자 사용가치를 다하고 버려진 대상에 작가가 정성스레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쓰다 버려진 오브제에 예술적 가치를 더한 김결수의 작업 방식은 '해체와 재전용(再轉用)'의 조형문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해체는 인간 노동의 산물로서 오브제에 대한 고찰이라면 재전용은 이미 버려진 오브제들을 이용해 다시 예술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 오브제에 대한 '이용 가능성'을 재차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평면 작품에서 보여주는 기하학적 집 형태는 세상사와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점철되어 있는 장소성을 지니며 현대화 되어 가는 후기 산업 사회의 구조 속에서 옛집들의 온기를 전하며 우리 감성을 새롭게 자극하고 있다. 전시는 27일(수)까지. 문의 054)971-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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